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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Oct 31. 2020

무례한데 능력 있는 상사에 대하여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회사생활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 중에 가장 골치 아픈 유형은 능력은 안되는데 신념 있는 (고집 있는) 사람이다.

특히 이런 사람이 상사면 내가 속 터지거나, 나도 똑같이 바보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막상 닥치면 답이 없는 상사는 바로 부하직원들한테 너무나 무례한데 능력은 있는 상사다.

능력이 있어 실적이 잘 나오니 내부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회사란 엄연히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 집단이니 결국 ‘실적=인격’이 되곤 하니까.

그런데 그런 상사가 팀원들을, 부하직원들을, 타 팀 직원들을 그렇게 못살게 굴고 무례하면 이제 답도 없다.


요즘엔 직장 내 문화에도 많은 회사들이 귀를 기울이고, ‘그래도 행복한 문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그 마저도 ‘실적’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진다.

직원들이 진정을 올려도, 인사팀에 올라가 하소연을 해도 결국 회사는 이익을 좇곤 한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 상사, 왜 그렇게 쌍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참지 못하며, 짜증을 부릴까?


그/그녀의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건 팀원들이 만들어 준 것일 거다. 그걸 잘 요리해서 때깔 좋은 제안서로 들고 들어가 승인을 받았고, 그 결과가 좋았던 거다. 그/그녀 혼자 잘나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게 아니라는 거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그/그녀가 잘 알고 있어서 그 불안감 혹은 초조함의 표현이 그렇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능력이 있는 모든 상사가 그렇게 무례하지 않다.

무례한 사람은, 본인이 계속 능력을 인정받고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나를 그렇게 만들어줄 팀원들을 채찍질해서 좋은 것들을 뽑아 내야지만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욕은 하면 할수록 더욱 세지고, 그런 쌍욕을 내뱉으면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푸는 행위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상대를 움직이려고 하는 폭력이다.
짜증을 부리는 것은, 상대가 내 맘 같지 않아서 뿜어내는 1차원적인 감정이다.



이런 무례한 상사가 지치게 할 때면,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사람이 지금 처한 상황, 지금 이 사람이 내게 원하는 것.

상대방이 ‘제정신이 아닐 때’ 내가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같이 빨려 들어가서 상처 받게 두지 말고,

내 정신은 내가 챙겨서,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거인가요? 언제까지 해드릴까요? 이렇게 물어보자.

그게 상사가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었는데, 자신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이런 직원이 있음에 새삼 그 직원을 다시 보게 될 것이고 나아가 그 직원에게 여러모로 의지하게 될 수 있다.


소리 지르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참 수가 낮은, ‘강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니 무례한 상사에 상처 받지 말자. 그 사람은 당신을 상처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를 그저 그렇게 푸는 것이다.

그 대상은 당신이어야만 했던 게 아니라, 우연히 당신이 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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