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다
희한하게도, ‘나이’ 핑계를 대는 것은 삼십 대인 지금 뿐만 아니라 이십 대 때에도 그렇게나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 언니, 동생을 막론하고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나이였고, 가장 넘기 힘든 허들이었다.
“지금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아”
“내가 너 나이였으면 했을 텐데”
“내 나이가 지금 결혼 적령기인데 지금 도전하면 결혼은 언제 해?”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고백하자면 물론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들을 당연히 한다.)
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언론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느라 학교 다닐 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채로 졸업을 했고, 계속 언론고시를 도전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홍보회사를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내 첫 클라이언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료 브랜드와 역시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품 브랜드였다. 갑자기 맡게 된 이 두 브랜드들을 통해 정말 부딪혀 가며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리포트를 준비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나 영어가 필요하네!’를 깨달았지만 이미 남들보다 조금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빨리 회사에서 자리 잡고 싶었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 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고, 회사 생활을 일 년 넘겼을 때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짧게라도 어학연수를 다녀올까?
그런데 지금 나이가 27살인데, 지금 준비해서 다녀와도 29, 30은 될 것 같은데, 여자 나이 30살에 그때 새로운 곳으로 취직할 수 있을까?
내가 어학연수를 가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이렇게 홍보회사에서만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난 견딜 수 있을까? 이 일이 나한테 정말 맞는 건가?
이 두 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사실, 홍보회사가 나한테 맞지 않았고, 어학연수는 다녀오고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고민이라기 보단, 걱정이 더 앞섰다. ‘나이 서른’에 대한 걱정.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 내가 지금은 어학연수를 갈 수 없는 이유가 27가지라면, 내년 28살에는 그 이유가 28가지가 될 것 같다!’
이 생각은 순식간에 나를 어디로 갈지 찾게 만들었고, 얼마나, 비용은 어느 정도,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다녀올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저 찰나의 순간은 지금도 내가 주저하는 시점에 나를 드라이브 걸어주는 마법 같은 문장으로 되새기곤 한다.
그즈음이었나. 두 살 많은 친한 언니가 새로운 도전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너 나이만 됐어도 그냥 바로 했을 텐데... 고민이야...”
아...! 지금 내 나이가 누군가한테는 도전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나이구나,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어색하지 않은 나이이구나.
그즈음의 생각들은 나를 미국으로 이끌었고, 그리고 막상 미국에 가보니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도 그때 다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도전을 하러 그곳에 와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언니들 모두 지금 너무나 만족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라도 적을 때, 지금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도전에는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