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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Oct 28. 2020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2

이 끝없는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할 수 있는 나를 기다리며

가끔 후배들을 만날 때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언니는 어떻게 지금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선, 나는 앞 편에서 이야기 했던 나의 지난했던 날들 부터 열거하곤 한다. 이야기를 해나가다 보면 대부분은 어느 시점에서 부터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후배들이 나의 그 ‘지난했던 과거’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후배들이 보기에 나는  괜찮아 보이는 브랜드에서 재밌고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는 선배였을 ,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곤 했던 날들을,  여름에는 장맛비를 뚫고,  겨울에는 꽁꽁  언덕배기를 ‘  기어 오르 내리며 다녀야 했던 촬영장들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곳 저 곳 해외 출장을 다닌다는 그 간단한 말 이면에,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신제품 런칭 보도자료를 번역하고 이해하고, 설명자료를 만드느라 편히 눈 붙일 수 없던 시간들을 알지 못했다.


너무 고된 날들이어서 6개월만 버티고 그만둬야지, 하다가 어느새 9개월이 되어 있고, 그 쯤 다시 ‘1년 채우고 그만 두자’로, 그렇게 2년만, 3년만 채우자... 하다가 어쩌다 보니 나는 지금 이 곳 이 자리에 와있게 됐다.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 온 시간이었다 보니, 이 다음에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후배들이 내게 하는 또 다른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언니는 그럼  다음에는  하고 싶어요?” 혹은 언니는 그럼  다음에 어디로 가고 싶어요?”


앞의 질문과 달리,  질문에는 선뜻 답을   없었다. 아마도 내가 지나왔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많이,  오래 받고 싶어서 미래를 보기 보단 과거를  많이 바라봤던  같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서야 나는 그동안 ‘고생했던 지난 날들’을 뒤로 하고 뒤편의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과거의 내 자신, 거기에서부터 파생되어 간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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