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없는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할 수 있는 나를 기다리며
가끔 후배들을 만날 때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언니는 어떻게 지금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선, 나는 앞 편에서 이야기 했던 나의 지난했던 날들 부터 열거하곤 한다. 이야기를 해나가다 보면 대부분은 어느 시점에서 부터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후배들이 나의 그 ‘지난했던 과거’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후배들이 보기에 나는 꽤 괜찮아 보이는 브랜드에서 재밌고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는 선배였을 뿐,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곤 했던 날들을, 한 여름에는 장맛비를 뚫고, 한 겨울에는 꽁꽁 언 언덕배기를 ‘네 발’로 기어 오르 내리며 다녀야 했던 촬영장들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곳 저 곳 해외 출장을 다닌다는 그 간단한 말 이면에,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신제품 런칭 보도자료를 번역하고 이해하고, 설명자료를 만드느라 편히 눈 붙일 수 없던 시간들을 알지 못했다.
너무 고된 날들이어서 6개월만 버티고 그만둬야지, 하다가 어느새 9개월이 되어 있고, 그 쯤 다시 ‘1년 채우고 그만 두자’로, 그렇게 2년만, 3년만 채우자... 하다가 어쩌다 보니 나는 지금 이 곳 이 자리에 와있게 됐다.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 온 시간이었다 보니, 이 다음에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후배들이 내게 하는 또 다른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언니는 그럼 이 다음에는 뭐 하고 싶어요?” 혹은 “언니는 그럼 이 다음에 어디로 가고 싶어요?”
앞의 질문과 달리, 이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내가 지나왔던 그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더 오래 받고 싶어서 미래를 보기 보단 과거를 더 많이 바라봤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서야 나는 그동안 ‘고생했던 지난 날들’을 뒤로 하고 뒤편의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오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과거의 내 자신, 거기에서부터 파생되어 간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