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쯤이면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갈수록 많은 부분에서 경험치라는 게 생긴다. ‘아,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구나’ ‘다음엔 절대 이렇게 안 해야지’ 이런 마음 속 다짐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나만의 기준이 생기는 거다. 그렇게 쌓인 경험치가 모여서 나만의 방식이 되고 그게 곧, 내가 된다.
“뭘 하고 싶어?”
이 질문은 참 잊을만 하면 나타나고, 또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사람을 괴롭힌다.
다른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간이 갈수록 더 쉬워지고 깊어지는데, 이 질문은 나이를 먹을 수록 대답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치기 어리던 어린 시절에는 그래, 뭣도 몰라서 쉽게 대답하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결심한 걸 가장 이루기 쉬웠던 그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이 언제까지였는지 대충 생각해보니 20대 중반정도 까지만 가능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꿈을 좇아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 졸업반 시절, 그리고 심지어 졸업까지 해버린 백수 1년차 시절까지, 나는, 패기가 있었고, 꿈이 있었다.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그 정도를 떠나, 적어도 뭘 하고 싶냐는 그 질문에 주저함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생활의 불안정성. 백수 1년을 꽉 채워 보내다 보니 점점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낮아지게 됐다. 그 때 쯤이었던 것 같다. 갓 만난 사람들이 앞으로 뭘 할 계획인지,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전처럼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 한 것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나는 내가 원했던 기자는 되지 못했고, 그래도 좀 비슷한 업무라고 생각한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렇게 더이상 내게 앞으로 무얼 하고 싶냐고 물어오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이미 그 작은 회사가 내가 ‘될’ 그 무엇이었나 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제는 끝일 줄 알았던 그 질문은 그 작은 회사에 있던 내가 이제는 스스로 되묻고 있었다.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맞나?
내가 여기 계속 있어도 되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계속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결국 겨우 들어간 작은 회사를 일년 반만에 그만 두고, 그 당시에 ‘나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라는 마음 속 답 하나를 품고 홀홀단신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외국계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30대가 되었고, 그 때부터는 새로운 어떤 꿈을 꾸기 보단, 지금 있는 곳에서 조금씩 조금 더 큰 곳으로 가는 게 ‘내가 이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이 됐다.
그렇게 해서 내가 있는 분야에서는 가장 큰 곳에서 지금은 마케팅의 한 분야를 맡아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쯤이면 이제는 정말 더이상 그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