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일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언니처럼 그런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여대생들이 봤을 때 꽤 좋아 보이고, 있어 보이는 외국계 브랜드이다.
가끔 학교 후배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알게 된 동생들은 적어도 한 번 씩은 이런 질문을 했었고 또 동경해주었다. (고맙게도)
다이어트 도시락이 아니라, 생계형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던 시절
나는 처음부터 이 회사를 다닌 게 아니다. 앞서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밝혔듯, 나의 첫 사회생활은 작은 홍보회사였는데 월급은 정말 상상 초월의 ‘열정 페이’ 수준이었고, 그래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만 했다. 아마 지금의 나를 처음으로 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했을 나의 과거다.
이다음 회사는 외국계 회사였지만, 회사 내에서 그다지 촉망받지 못하는 부서에 있어서 4명이 모든 마케팅, 세일즈, 어드민 업무를 담당해야 했었고, 우리는 훗날 이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그때 마치 ‘대학교 창업 동아리’ 같았다며 깔깔대곤 한다.
그 시절의 나는 팩스 보내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이었다. 도대체 팩스는 이게 전송이 됐는지 안됐는지 안 보이니까 너무나 불안한 작업이었다.
외부 업체에 전화 한 번 하려면 마음속으로 열 번 넘게 ‘안녕하세요 저는 xx의 누구입니다’라고 연습을 하고 나서야 전화를 할 수 있었던 쫄보였고 초짜였다.
지금 후배들이 동경해주는 내 모습에서 그들은 쫄보였던 나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만약 그 시절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더라면 지금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 시절에는 너무나 쫄보였어서 ‘내가 이런 복사나 하려고 대학 졸업한 줄 알아?!?’와 같은 생각은 사실 차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돌아보면 그때 열심히 복사한 ‘업력’으로 지금은 프로젝트에 걸릴 실질적인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때 그런 일을 해봤기 때문에 막내 직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복사기 앞에 붙어 있는지 대충은 짐작을 하고 있다.
짜치는 일을 만난 당신에게 주어진 행운
지금 이렇게 시간이 좀 지나 보니, 좋아 보이는 일에는 필수 불가결하게 ‘짜치는 일’들 부터 시작됨을 알게 됐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찮게 느껴진다면,
그 일은 그저 그런 일이 아니라,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도움닫기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찮은 일 조차 해보지 않고 올라온 상사는 제일 먼저 후배에게 무시당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상사에게도 무시당하게 된다.
이거슨 진리다-
더 크게 도약할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하찮은 일들을 사랑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