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이 불러온 무계획 여행
저번 달부터 교토여행을 가고 싶었다. 일하는 시간표가 애매해, 10월 달에 가기로 정했다. 그렇게 난 6일을 시프트에서 뺐다.
(시프트란, 일본의 아르바이트 시간표 개념이다. 한달 전에 자신이 희망하는 시간을 제출하면, 반영하여 다음달 시간표를 결정한다.)
그 중에 5일을 간사이 지방 여행에 쓰기로 했다.
(간사이지방=관서지방. 우리나라로 치면 중부지방 남부지방 느낌이겠다. 관서지방안에 오사카, 교토 등이있다.)
시간도 비어났으니, 계획을 짜야했다. 맛집, 명소, 교통편, 숙소 등 정해야했지만, 귀찮아서 미뤘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남은시간은 이틀이었다. 그때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예산을 50만원으로 잡았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자랐다. 그치만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50만원대 안에서 끝내야했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숙소와 교통을 싸게 잡자는 방안이 나왔다.
우선 야간버스를 타면 2000~3000엔대로 이동할 수 있다. 하루 전에 예약했다. 자리도 얼마 없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 그 다음 숙소,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로 1박을 예약했다. 1800엔이었다. 숙소앱에서 낮은 요금순으로 제일 처음 나오는 숙소를 예약해버렸다.
그렇게 교통과 숙소는 끝냈다.;;
다음은 맛집이나 명소 계획이다. 맛집은 구글맵에게 맡기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브런치 추천장소.
명소는 고2때 갔던 곳을 한 군데 들르고, 그때그때 찾는 전략으로 갔다. 끝.
(그때도 지금도 생각이 없다;;)
자 이제 출발이다. 가보자.
우선 23시 15분 버스를 타러 신주쿠에 갔다.
신주쿠 버스터미널 (신주쿠 버스타)는 지하철역 남쪽 출구 맞은 편에 있다. 헷갈리기 쉬우니 명심하자.
처음이다 보니 헤맸다. 겨우 버스터미널이 보여 이동하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부슬비 같아 천천히 걸었다. 갑자기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했다. 달렸다. 그저 달렸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완전히 폭우였다.
아이고 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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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젖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메일로 온 탑승장 정보를 보며 4층까지 이동했다. 왠만하면 신주쿠 출발편은 4층, 도착편은 3층인 듯 했다. 1시간 정도 일찍 와서 물과 사진으로 시간을 보냈다. 23시 5분 탑승시작이다.
일본의 야간버스에 대해 소개하겠다. 내가 탄 버스는 사쿠라 버스이다.
우선 일본은 예약시 버스 좌석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아냐고? 버스를 탈 때,
기사님이 이름을 물어본다. 이름을 알려주면 기사님이 좌석을 알려준다. 이후, 지정좌석에 앉으면 된다.
말해주신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제일 궁금하던 게, 일본버스 화장실이었다.
일본은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사람들 소리질ㄹ러!!
화장실 내부는 수도, 변기 정도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흡사한 화장실이 무궁화호 화장실이다. 참고하면 되겠다. 화장실이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다니, 한국이 배울 점 하나 추가요!
그리고 역시 공간절약의 나라 일본답게, 가방을 올려두는 칸이나 좌석등은 한국보다 훨씬 좁았다는 점. 장거리 이동은 허리가 많이 아팠다. 피곤할때 타서 잠으로 해결하면 될 듯하다.
안전벨트도 달랐다. 우리나라 시외버스는 비행기 벨트처럼 일자 벨트인데 비해, 일본은 승용차 벨트로 돼있다. 가슴에 닿이는 대각선 벨트 말이다.
그리고 발받침대가 있으며, 물, 폰등을 올려둘 수 있는 간이책상이 달려있다.
개인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습성이 반영된 의자와 의자사이에는 커튼이 달려 있다는 점! 이것도 대박인 점이다.
바로 옆사람이랑 어색한 기분을 1도 느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나도 느끼지도 않는 편이지만ㅎ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내방송이 끝나고 잠시 후 소등. 깜깜해졌다.
버스는 가는 중 3번 휴게소에 정차했다. 휴게소 많이 들리니, 화장실 걱정은 없어 좋았다. 일본 휴게소는 서비스에리어라고 부른다. 새벽이라 매점은 문 닫았지만, 24시간 식당이나, 편의점은 열려있으니 요기할 수 있다. 화장실도 있고.
그리고 일본의 휴게소는 지역마다 고유의 특산품을 팔고 있다. 내가 본 것 중 특이한 것은 장어 타르트였다. 장어가 유명한 곳이었나보다.
정차시간 20분이었기에 간단히 편의점 슈크림 먹고 버스에 탔다. 자고 일어나니 교토역 도착했다. 일본은 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제약돼있다. 대부분 늦은 아침에 문을 열기 때문이다.
우선 배가 고팠기에 맥도날드(마꾸)에 가서 밥을 먹었다. 맥머핀세트, 콜라 대신 오렌지주스로 선택했다.
먹으며 이동장소를 찾았다. 우선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끊었기에 발권했다. 도중에 헤매서 시간을 잡아먹혔지만, 무사히 발권까지 성공했다. (패스들은 초록색 발권기에서 뽑아야하는데 여권 찍는 칸이 있는 곳에서 시도하자. 바로 옆에 있었는데 몰랐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자. 모르면 물어보자 라는 것을 배운 발권 시행착오 였다.
우선 조금 이르지만, 가방이 무거웠기에 숙소에 들러야했다. 비도 오고 해서 우선 숙소였다. 숙소가 좀 멀었다. 교통편이 애매해서 힘들었다. 도보 20분;;
도착했는데 스태프가 없었다. 조금 기다렸다. 안 왔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가방 던져두고 나갔다. 왠지 사람이 2층에서 지나다니니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일본 만화 박물관에 간 후 아라시야마에 갔다. 패스를 쓰면 jr은 무료다. 막 타고 다닐 수 있었다.
(일본은 철도가 대부분 민영화다. 요건 다음에 작성해보겠다)
일본 만화 박물관에서는 예쁜 애가 있기에 인스타를 땄다. 계속 눈치보다가 뭔가 소공연을 하기에 일부러 옆에 앉았다. 그리고 공연자분에게 열심히 호응했다. 그렇게 내 존재를 각인시킨 후, 따버렸다. 많은 대화는 못 나눴지만, 어쨌든 성공!
박물관 안에는 각국의 언어로 적힌 각종 일본 만화를 볼 수 있고, 여러가지 그림 전시와 굿즈샵도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았기에, 간단히 시간 때울 용도거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가면 좋을 장소다.
이후 아라시야마, 내가 성장한 탓인지,준비를 안 해온 탓인지 너무 관광지스러워서 감동이 없는 장소였다. 중국인, 한국인 많이 있다. 그 유명한 치쿠린이라는 대나무 숲에서 다른 분께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력거 구경.
왠지 대나무 말고는 큰 구경거리가 없었다. 도게츠교라는 유명한 다리에도 갔지만, 예쁜 천이 있는 다리였다. 사진촬영으로는 두 곳 다 낫배드이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은 점은 마이너스다.
일본을 많이 안 와 본 사람들에게는 좋게 느껴지겠다.
배가 고파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냥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메뉴는 덴뿌라 자루 소바. 찍어먹는 냉소바인데 따로 튀김이 나온다. 1300엔이다. 음.. 서민음식 소바가 1300엔이라니.. 심지어 여긴 도쿄보다 물가가 싸야 정상인데.. 관광지라 그런가. 주변에 식당없어서 여기서 그냥 먹었다. 맛은 있었다. 근데 평범하게 맛있는 맛. 평가는 아쉬움. 구글지도의 별점은 높았지만, 역시 관광객 별점인가 보다.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찾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
쨌든 그렇게 구경하고 교토에 돌아왔는데, 너무 비에 맞아서 근처 노천탕이 딸린 목욕탕에 갔다. 으아 살 것 같다!
평범했지만, 지친 몸을 달래주기엔 최고였다.
이후,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서 쉬었다. 저녁은 야요이켄... 너무 여행답지 못한 가게.. 계획 안 짠 내 잘못이지 뭐ㅠㅠ
이렇게 1일차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