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몫을 하고 있어] ⠀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면 만족할지 결정하는 하는 건 자신이다. 한 사람에게 적정한 물건의 양은 본인 빼고는 아무도 정할 수 없다. 많은 걸 갖추고 살지 않지만,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지 않는다. 갖추지 않아서 불편하기보다 다른 방식의 삶이 있다. -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중에서 - ⠀
주말의 새벽 루틴은 늘 조심스럽다. 남편도 아이도 곤히 자는 새벽이기 때문이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불편할까 염려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마음의 배려가 조금 부족했다. 어제의 내가 주방 정리 오늘로 미룬 탓에 '얼른 치워야지'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 피곤한 남편을 깨운 미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 채로 일단 성경책을 펼쳤다. 나에게만 들리도록 목소리를 낮춰 읽던 와중에 아이가 나를 부른다. ⠀ ‘이것도 여기까지.’ 일단 읽던 부분에 가름 끈을 끼워 넣고 멈춘다. 내게는 그게 옳은 일이므로. 아무리 새벽시간을 '나만의 시간'이라고 한들 나는 여전히 아이의 '필요'를 우선으로 치는 편이다.
잠결에도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금세 알아챘다. 나의 존재감을 알아챈 아이가 들릴 듯 말 듯 내뱉는다.
"엄마 내 옆에 계속 있어야 대"
딱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고운 숨소리를 내며 다시 잠든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나도 나지막이 아이의 귓가에 마음을 전한다.
"엄마는 늘 네 옆에 있을 거야." ⠀ 아이패드를 챙겨 침대 한편에 등을 기대어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오늘은 복잡한 내용의 책 말고.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내 마음이 여전히 복잡했으므로. 그렇게 읽기 시작한 <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는 내 마음이 쉬기 딱 좋았다.
천천히 책을 읽다 문득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작가가 쓴 문장들을 눈으로 다 쓸어 담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다. ⠀ ‘참 좋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하는 생각들과 부러운 마음이 뒤엉켜 나는 나의 취향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