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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곰 May 14. 2021

유연한 마음

나의 기분을 맞춰주는 일


남편과 아이의 점심을 챙겨주고 따뜻한 이불속으로 쏙 들어왔다. 겨울잠 자던 버릇이 또다시 슬금슬금 나오는 중인지 자꾸만 졸렸다.

다섯 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내가 이겼다.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방을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 또...' 하는 짧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뭐지. 이 기분은? 나는 왜 또 기분이 이모양인 걸까? 내가 나의 기분을 맞춰주는 일. 내 비위 하나 맞추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생각나지 않고, 이미 잠에서 깨버려서 다시 자는 것도 싫다. 그럼 이제 뭐 하고 싶니? 나는 끈질기게  마음을 향해 묻는다.

내 마음을 살피는 사이 아이가 다시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이리 와~ " 다정하게 아이를 불렀다. "엄마가 네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그래,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유연한 마음'이다. 더 이상 사랑하는 내 아이와 기싸움하지 않으리라. 아이 앞에서 유치한 마음을 품지 말아야지.

그 순간 나는 '왜' 아이의 욕구를 편하게 들어주지 못한 걸까. 찬찬히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건 내 욕구도 그런 식으로 무시당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팔을 벌리자 냉큼 내 품으로 들어와 안긴 아이와 찐한 포옹을 했다.


우리 일단은 각자가 원하는 걸 하자. 잠시 그렇게 너는 네가 하고픈 일을 하렴. 그동안 엄마도 좋아하는 책을 좀 읽게.

오늘 하루도 유연하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지금은 우리  마음을 다독여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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