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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지만, 나의 0순위는 내 아이들!

● 날짜 : 2019.5.25.(토)

● 날씨 : 덥고, 미세먼지도 나쁜 날~

● 제목 : 그게 무엇이든 나의 최우선 0순위는 내 아이들!

신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금요일 아침. 감사하는 하루를 만들어보겠다 다짐하며 두 아이 아침식사를 챙기고, 큰 아이는 학교로~, 6살 둘째는 유치원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낸 후 출근하는 마음이 모처럼 가벼웠다.  두 아이들이 순조롭게 아침 시작을 열어준 대데 가 복직 1년여를 넘기면서부터 업무에서도 자신감도 붙고 안 안팎으로 모든 게 평화로워진 상황들에 행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해서 사무실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하려던 찰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 핸드폰 화면에 작은 아이 유치원 이름이 떴다. 순간, 왠지 철렁~~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아이 담임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 "어머니, 쭈니가 아침 체육활동으로 장애물 넘기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서 윗입술이 찢어졌는데 정도가 심해서 성형외과를 가야 할 것 같아요...". 순간 아찔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반드시 내가 처리해야 하는 아주 급한 업무만 초집중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한 후 아이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으로 달리는 내내 자동차계 기판 속도 바늘은 내가 종전에 내 본적 없는 속도까지 치솟았고 나의 불안함도 치솟았다. 그 와중에 유치원에 전화까지 하며 갔다.(지금 생각하니 어제와 같은  상황이면 나도 위험했던 것 같다..ㅠ.ㅠ) "선생님, 어느 정도인지 유치원에서 대기하실게 아니라 유치원 옆 치과에 먼저 가셔서 접수하고 제가 가자마자 진료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통화 후 치과로 직접 갔다.

치과로 들어선 순간. 아이는 원감 선생님과  치아에 문제가 없는지 엑스레이를 찍고 있던 중 뒤에 서있던 엄마를 발견한 쭈니는 큰 두 눈 가득 놀람과 아픔을 담은 채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안겼다. ㅠ.ㅠ 

잠시 후 치과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보면서  "일단, 치아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입술 꿰맨 후 다 아문다음에 일주일 후에 다시 충격에 의한 치아변색 등 이상 유무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입술은 치과에서도 꿰맬 수 있긴 한데 치과용 실은 구강 내 봉합용이라 굵어서 흉이 보일 수 있으니 입술 라인이랑 얼굴이랑 연결되는 부위라 성형외과로 가시는 게 나으실 것 같아요."...... 하아~~~

진료하는 중에 내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찢어진 정도가 길이도 2cm 남짓 제법 길었지만 파인 깊이가 꽤나 깊어서 그냥 아물 정도가 아니었다...ㅠ.ㅠ

유치원 차량을 타고 아이 손을 잡고 성형외과로 향하는 내내 나는 다친 아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침착하자. 이만하니 다행이라 생각하자. 누구도 원망하지 말자.'라는 말을 되내었다.

유치원에서 안내해준 가까운 성형외과로 가는 중.. 생전 처음 가보는 성형외과인 데다가 처음 들어본 병원이라 주저했지만 선택하고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엉겁결에 허름한 성형외과로 들어섰다. 연세가 좀 있어 보이시는 원장님은 친절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고. 아이의 상처를 보면서 "꿰매어야겠네. 입안은 세균이 많은 곳이라 감염 우려도 많은데 안쪽은 괜찮으니 그나마 다행." 이라며 무덤덤히 말하고 아이 체중을 물은 후 바로 간호사를 불러 봉합 준비를 했다. 요즘 하도  인테리어가 잘된 병원들이 많은 탓에 오래된 작은 성형외과 수술실은 어찌나 옹색하던지...ㅠ.ㅠ 이런저런 준비후 수술대에 아이를 눕히는데 아이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움켜잡으며 나를 향해 "엄마, 안 아프게 해 달라고 해." 겁에  질려 말했고... 나는 그 말을 그대로 의사 선생님께 큰 소리 내어 "선생님, 안 아프게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연세가 지긋하고 무뚝뚝한 의사 선생님은 "야~! 이건 좀 아파!"라고 쭈니에게 말하며 마취주사 바늘을 아이 입술 주변으로 사정없이 찔러댔고..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입술 주변은 부풀어올랐다..ㅠ.ㅠ

아이는 마치 움직이면 자기에게 더 큰일이 생길 것 아는지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바들바들 몸을 가늘게 떨었고..... 난 벌어진 속살을 신속하고, 세심하게 꼬매는 의사 선생님의 빠른 손놀림과 아이의 찢어진 윗입술에 터져 나오는 피를 보며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렇게...... 8 바늘을 꿰맸다. 하아~~~~~~~~~

다 마친 후 수술대에서 내려온 아이를 꽉~ 안아주었다.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ㅠ.ㅠ

내 품에 안긴 아이의 심장과 나의 심장이 맞닿은 듯 두 심장은 크게 쿵쾅거렸고... 놀란 가슴에 아픔까지 추스르느라 아이는 금세 맥이 풀린듯했다.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들은 후 소독 올 날짜를 잡고 약국에서 일주일치 항생제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  아이는 곤히 잠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유치원 원감 선생님이 쭈니보다 더 심하게 입이 찢어진 아이가 있었는데, 아빠는 주재원으로 해외에 나가 있었고 엄마도 회사에서 못 오는 상황이라고 해서 원감님이 혼자 데리고  쭈니가 오늘 찾았던 성형외과에서 아주 긴~ 시간 꿰맨 일이 있었다고 했다. 워킹맘 엄마가 죄인이 되는 순간이었으리라....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사실상 갑작스레 사무실에서 달려 나오는 상황에 내 맘이 편치만은 않았던 게 떠올랐다. 사무실을 나와 아이를 향해오는 달려오는 순간에 아이에 대한 걱정에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겹쳤다.

 차 안에서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업무는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을 터다. 담당자만큼은 아니더라고 시급한 불정도는 옆자리 동료가 대신해줄 수도 있는 거고... 하지만 이 아이에게 엄마는 나 하나뿐이다. 내가 만들어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어 세상에 내어놓고, 1년을 젖을 물려 키우고, 이유식을 먹이고, 그렇게 그렇게 마치 유리를 만지듯 소중하게 안아 키운 내 아이. 이제 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제 발로 뛰고, 제 손으로 밥을 먹는다 해도 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힘겨움과 난관이 찾아올 때 가장 단단한 방패가 되어줄 건 그 누구도 아닌 엄마다.

차 안에서 잠든 아이를 보며 

'아가야! 아프지 마! 아가야! 엄마가 지켜줄게!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너희들이야.' 나는 수천번을 되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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