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6.13.(토)
● 벌써부터 한여름 기온..ㅠ.ㅠ
● 왜 그만둬?? 워킹맘이라 좋은 것도 정말 많은 걸~
백만 년 만에 걸려 온 후배 전화.
(후배 역시 워킹맘~ 두 아이를 키우며 교사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와 같은 워킹맘)
"언니~ 잘 지내요? 목디스크는 좀 어때?"
"목디스크는 눌린 게 아니고 이미 터진 거라 계속 통증 달고 사는데 갈수록 더 심해지네... 수술도 생각은 해봐야 할 것 같아."
"아이고~ 언니.... 몸이 먼저지. 애들이고 회사고 다 소용없어. 언니 몸이 젤 먼저인 거 이제 나이 먹어 가면서 더 느끼지 않아요? 언니, 회사 쉬고 몸 돌보는 건 어때?"
"응. 정말 그래. 절실하게 느끼지. 고민이 많네. 근데 아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예전보다 집안일 줄이고 아이들한테 신경 쓰는 거 줄이며 회사 일 살살하고 있어."
"일이 살살이 어딨어? 하다 보면 잘해야 하는 성미면서...... 언니 그러다 괜히 더 큰 병 얻지 말고 잘 생각해요."
"응~ 고마워. 너는 어때?"
"언니, 난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개학으로 힘든 것도 많지만, 우리 애들 집에 두고 출근하니까 참 그래.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들고...."
"그만두긴 왜 그만둬? 얘는 애들 더 어릴 때도 잘 해왔는데... 무슨 소리니? 한고비 한고비 넘기다 보면 조금씩 수월해질 거야."
"언니, 정말 그럴까? 더 수월해지는 거 맞아? 언니처럼 몸 상한 거 아니고??"
" 후후 훗~ 할 말 없네. 근데 난 요즘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워킹맘 아니고 집에 있는 전업맘이었다면 목디스크 안 생겼을까? 여기저기 안 아팠을까? 전업맘이었다고 해도 40을 넘어 50을 향해 가면 누구나 여기저기 한두 곳씩 고장 날 것 같아. 오히려 회사 다니니까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이라도 하게 돼서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도 있기도 한 것 같고..... 여하튼, 퇴사는 하지 마. 언니가 3년 휴직 후 직장 돌아와서 퇴사 고민을 1년 6개월은 한 것 같다...ㅎㅎㅎㅎ 그 안에 얻은 결론은 퇴사한다고 삶이 엄청 브라이트 해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야. 오히려 일하던 사람인 너나 나는 한두 달 몸은 편할지 몰라도 무력감에 없는 병도 더 생길지도 모를 걸~~~"
나와 같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하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일과 가정 양립의 힘겨움을 저마다 안고 있다. 육아와 가사에 서포터가 있다면 조금 덜 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업무강도에 따라서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정까지 전이돼서 힘겨워하는 이들도 있다. 다행히 나는 그 반대로 가사와 육아에서 겪는 고단함을 회사 업무에서 느끼는 소소한 성취감들로 상쇄시키는 입장이라 요즘은 오히려 회사가 주는 기쁨에 감사할 정도다.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온 후 회사에서 내 자리를 찾기까지 상당 시간을 보낸 후였다. 한 해가 지날수록 아이는 훌쩍훌쩍 자라고 아직까지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엄마의 관심을 간섭으로 인식하며 종종 엄마가 관심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걸 보면서~~^^(많이 컸다.) 더욱더 내 일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아이가 중학교만 가도 엄마가 집에서 살림하고 간식 챙겨주는 것보다 용돈 잘 주는 걸 좋아한다는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설마..?' 했는데 워니가 5학년이 되고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여하튼, 작년 이맘때 워킹맘 다이어리를 다시 읽어보면 그때는 참~~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강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목디스크 발병으로 그때보다 내 건강이 더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 (움~ 이건 좋은 회사 동료들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나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상사와 맘 맞는 동료들)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참~ 피곤스러운 감정도
이젠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일이 있고, 내가 매일 아침 눈을 떠 갈 수 있는
집 밖 세상에 내 책상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난 계속 워킹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