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즈음 처음 떠난 해외 여행지는 인도였다. 멍청한 건지 무모한 건지 내가 가는 나라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무작정 떠났다. 정신을 차려 보니 델리 한복판에서 홀로 짧은 바지를 입은 채 도로를 헤매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여자가 다리를 다 드러낸 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난 뒤로는 지금까지도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다.
캐시미어 브랜드 오유(OU)의 리사이클 캐시미어 숄 겸 담요는 그때 내게 있었다면 좋았을 아이템이다. 이 담요라면 훤히 드러내놓은 다리를 가려줬겠지. 특히 델리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까지 가는 야간열차에서라면 둘도 없는 구원이 되었을 것이다. 싱글 침대보다 큰 사이즈의 담요는 밤이 깊도록 환하게 켜진 객차의 조명과 동양인 여자아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이방인의 동그란 두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고 그냥 눕기에 찝찝한 열차의 침대 위에서 몸을 포근하게 감싸줬을 테니.
무엇보다 ‘오유’라는 브랜드는 내 경험과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됐다. 오유의 정다운 대표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얇은 담요를 꼭 지나고 다녔다. 그 담요는 따뜻하게 몸을 감쌀 뿐만 아니라 여럿이서 방을 함께 써야할 때 침대에 걸어두면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때 정 대표는 든든한 여행 파트너와 같은 담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바람을 담아 탄생한 오유의 제품은 모두 무염으로 제작된다. 염색하기 전 천연의 솜. 대부분의 제품을 내몽골에 있는 공장에서 제작하는데, 이번에 출시한 리사이클 캐시미어는 이탈리아 프라토 지역의 저명한 섬유 공장에서 만들었다. 제품이 배송되기까지의 과정도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무형광지 습화지를 사용하고 제품 택이나 브로슈어를 최소화한 것. 담요 파우치 역시 인증 받은 오가닉 캔버스 면으로 만들었다.
인도 여행에 다음이 있다면, 이런 저런 이유로 오유의 담요는 배낭 속에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 짧은 바지는 절대 입지 않겠지만.
* 이 글은 지속 가능한 여행 뉴스 레터 <피치 바이 레터>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