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푸에브코(Puebco)의 디렉터 히로타카 다나카는 캘리포니아에서 1년 남짓 머물면서 미국 문화에 매료되어 브랜드를 시작했다. 일년 중 상당 기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는 그는 여행 중 만난 물건과 인간을 연결하고, 마치 일기처럼 그들을 콜라주해 제품을 구상한다.
재활용 소재로 다양한 리빙 제품을 만드는 푸에브코가 국내에 소개된 지 올해로 9년차. 안목 좋다는 국내 편집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빈티지한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을 두루 갖춘 제품군 덕에 이미 3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니,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성공 사례로 감히 꼽을 수 있겠다. 푸에브코에선 낙하산의 천이나 텐트 원단, 식용유의 유통용 컨테이너, 야간 열차의 침대 등을 가공해 가구나 오브제, 리빙 아이템 등 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만든다. 모든 제품이 어긋난 박음질, 얼룩, 생채기 등 마치 미완성처럼 보이는 외관을 가졌는데, 이는 핸드메이드 느낌과 러프함, 그 사이에 철저히 계산된 푸에브코만의 감성이라고 볼 수 있다. 거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중국이나 인도 등 재활용 소재를 수거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공업 제품 특유의 감촉이나 기계로 만드는 데 생기는 편차는 때때로 삶에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다나카의 말을 듣고 보니, 제품에 더욱 애정이 가지 않는가.
매끈하게 만들어진 새 제품을 기대했다가 놀랄까봐 서론이 좀 길었다. 거두절미하고,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제품은 안경 슬리브다. 웨트 수트를 재활용해 만든 이 제품은 단돈 9,000원으로 안경 혹은 선글라스를 가볍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혹시 누가 알까, 100년 후에는 푸에브코의 제품이 진짜 빈티지로 줄지어 있을지도. 미래의 노스탤지어를 상상하며 지갑을 열어봐도 좋겠다.
덧, 푸에브코 일본 웹사이트를 둘러보니, 제품을 집 안 어디에다 두고 활용하면 좋을지 공간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한 레이아웃이 참 인상적이었다. 제품의 빈티지함과 대비되는 쨍한 톤의 제품 연출 컷을 보는 재미도 있고. 시간날 때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puebco.com
* 지속 가능한 여행 뉴스 레터 <피치 바이 레터>에 실린 내용을 재편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