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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용 Jul 05. 2021

고독한 신입일기 05

주말출근에 관하여

 카페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주말에 출근하는 게 너무 당연했다. 지금도 자영업을 하는 내 친구는 금토일, 남들이 쉬는 그 시간이 황금요일이며 가장 바쁘다. 하지만 일반 사무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반 회사원에게 주말은 반드시 사수해야하는 귀중한 시간이며, 그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불문율이 있는 시간이다. 몇 년 동안 남들 쉴 때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드디어 나도 남들 쉴 때 쉴 수 있다는 작은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물론 모두가 쉬기 때문에 어디든 나가면 북적대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남들과 섞여서 휴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그 행복의 시간은 참으로 유약해서 너무도 쉽게 돈과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2020년에 주식은 안한 사람은 바보라는 소리가 돌 정도로 주식 열풍이 불었다.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고 시드가 있는 30대 뿐만 아니라 용돈으로 소액 주식을 시작하는 20대도 많아졌고, 아예 자식들의 주식 계좌를 개통해주는 부모도 크게 늘었다. 그에 따라 자연히 금융회사의 일도 많아졌고 사람은 한정적이다 보니 일은 점점 쌓여만 갔다. 결국 단톡방에 주말 출근 희망자를 조사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주말 출근이니만큼 일급은 1.5배로 높았으며, 원래는 제공되지 않았던 점심식사 비용이 제공되었다. 어차피 일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주말에 출근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없을테니 츄리닝만 입고 와서 노래 들으며 하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닐까. 고민을 하는 와중에 항상 같이 다니는 동기언니에게 메신저가 왔다. 자신은 이미 신청했으니, 시간 괜찮으면 같이 하자는 말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도 고민했다. 가장 걸리는 건 역시 기상시간이었다. 평일 내내 주말에 밀린 잠을 몰아서 잘거란 희망으로 살았는데, 무려 하루의 늦잠을 포기해야한다니. 고민이 길어지는 와중에 또 다른 동기언니에게도 메신저가 왔다. 자신도 신청했단다. 이유는 바로 일급. 1.5배는 꽤나 큰 숫자였다. 결국 나도 일급을 듣자마자 주말 출근을 신청했다. 주말은 참으로 침범받기 쉬운 시간이다. 특히 돈에게 말이다.  




 일요일 아침. 전날인 토요일 저녁, 한 주의 알람을 벌써부터 저장하는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직접 출근하겠다 해놓고 막상 주말 출근 전날이 되자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그냥 엎어져서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오늘 출근하고나면 어차피 동기들 밖에 없으니 편하게 일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전날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핸드폰을 한 것도 피곤의 이유였다. 일요일의 아침 지하철은 참으로 한산했다.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좋았지만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가봐도 놀러가는 나들이 복장인 건 좀 억울했다. 나도 놀러가는 거 좋아하는데. 

 주말에 일을 하는 건 내가 상상했던 대로 편하기는 했다. 편하게 귀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일을 해도 전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고, 졸릴 때는 휴게실에 가서 10분 20분 마음 편히 자고 올 수도 있었다. 그래, 이렇게 설렁설렁하면서 돈 버는 게 어디야. 그 생각으로 하루의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당장 내일 또 출근을 해야한다는 사실은 서글펐다. 

 처음으로 주말 출근을 하던 그 날, 일하기 싫어서, 회사에 가기 싫어서 몸을 뒤채던 건 월급이 들어오자 금방 잊어버렸고, 나는 또 주말 출근 희망자를 조사할 때마다 주말 약속을 조정해가면서 출근을 했다. 단돈 10만원이라도 더 찍혀있는 월급을 보고나면 안 할 수가 없었다. 7일 중에 단 2일. 5일을 버티게 하는 힘인 2일. 그 2일은 돈 앞에 허망히 무너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 선택이었는 걸. 

 본격적으로 회사 경험을 하기 전,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자주 나눴었다. 워라밸 vs 고액 연봉, 둘 중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 나는 망설임없이 워라밸이라고 말했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그렇지, 사람이 어떻게 일만 하고 살아. 돈 많이 벌면 뭐해, 내 시간이 없으면 돈 쓸 시간도 없어. 삼성, 네이버, 카카오 대기업들 봐봐, 돈은 많이 주지만 업무량이 어마어마해서 1년도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수두룩하잖아? 사람답게 살려면 뭐니뭐니 해도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 그렇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얘기하던 나는, 막상 귀엽고 깜찍한 월급을 보고 나니 당연하게 주말의 시간을 내던져버리는 선택을 했다.

 주말 출근은 딜레마와도 같은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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