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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용 Oct 20. 2020

고독한 취준일기 04

매달 20일의 보고서

 구직활동지원금을 받는 취준생이라면 매달 20일이 가까워지는 순간, 긴장 해야한다. 구직활동지원금 보고서 제출 마감 기한이 매달 20일 23시 59분이기 때문이다. 구직활동지원금은 말 그대로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기 위한 돈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청할 때에도 신청자의 구직활동 의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 의지는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는 구직활동 계획서를 통해 확인한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매달 내는 보고서는 아주 중요하며, 혹여 부실 판정을 받게 될 경우 지원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아, 나도 세금 내는 사람 되고 싶다.)



 나는 처음 보고서를 작성할 때 조금 헷갈렸다. 내가 쓴 돈의 사용처를 밝히라는 건가? 주어진 돈을 어떻게 구직활동에 썼는지를 증명하라는 건가? 보고서 작성은 '돈의 사용내역'이 아닌,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구직활동지원금을 한 달 동안 식비로 사용했고, 한 달동안 자격증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을 보고서에 입력하면 된다. 한 달동안의 구직활동 내역에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돈의 사용내역은 특수한 일이 아니라면(제한업종에서 사용했다거나, 1회 결제 금액이 30만원을 초과한다거나) 어떤 곳에서 어떤 소비를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배달을 시켜도 되고, 옷을 사도 되고, 쿠팡을 시켜도 된다.)

 보고서 작성은 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할 때 함께 제출했던 계획표에 따라 입력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도중에 계획이 달라졌거나 추가됐다면 보고서 입력 사항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 공시생의 경우에는 이력서 제출이나 면접, 자격증과 같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구직활동이 없는데, 이럴 경우에는 독서실을 결제한 내역이나 문제집을 결제한 내역, 혹은 한 달동안 공부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할 수도 있다. (물론 센터 바이 센터로 기준은 다 다르다.)

 아니면, 온라인청년센터나 워크넷과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직업상담과 같은 구직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나도 이번 기회에 워크넷을 알게 되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무료로 다양한 취업 연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속한 고용센터는 요즘 대부분의 강의를 비대면 강의로 운영하고 있어서 먼 곳까지 갈 필요없이 집에서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보고서에 입력하여 제출 할 수 있다.

 최근에 알게 된 유용한 사이트도 하나 소개하고 싶다. 경기도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꿈날개'라는 사이트인데, 취업준비, 이력서 작성, 면접 요령의 인강부터 직업상담사, 한국사, ITQ, 컴활과 같은 다양한 자격증의 인강까지, 다양한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력서 클리닉을 통해 무료로 이력서 첨삭을 받을 수 있다. 이력서 첨삭을 받고 싶지만 유료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한 번쯤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구직활동지원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도 일하는 시간이 주 20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매달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주 20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첨부해야한다.



 나는 이제 벌써 4번째 보고서를 제출했다. 처음 지원금을 받았을 때는,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생활비 걱정 없이 취업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단 2번의 보고서 제출만 마치고 나면, 모든 지원이 종료되고 나는 다시 생활비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취업을 위한 준비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한다. 보고서 제출을 마무리하는 마우스 클릭 소리가 마치 타임아웃을 향해 가는 시간의 똑딱거림처럼 느껴지곤 한다.


 언젠간 취뽀했다는 글을 올리는 그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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