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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nd Turtle May 10. 2022

니미따: 집중으로 뜨는 빛

명상 기록 15일째

오늘은 기분 좋게 방석에 앉았다. 재수 끝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정되었다는 알림을 받자마자 바로 저장해 두었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발행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떨리는 마음, 두려운 마음, ‘아무도 안 읽으면 어떡하지’하는 등등의 쪼그라드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왕에 글을 쓰기로 결심을 한 마당에, 더 이상의 기다림과 물러섬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발행 단추를 눌렀다. 몇몇 분이 바로 라이킷을 보내주셨다. 너무너무 고마웠다.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독자가 한 명도 없더라도 꾸준히 쓰자. 내용이 좀 조잡하고, 맞춤법과 오탈자 오류가 많겠지만, 그것이 두려워 발행을 미루기보다는, 나를 새로운 경험으로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으로 계속 쓰고 보자.’라고 다짐했다.


타이머를 51분으로 맞추고 방석에 앉았다. 오늘은 기분 좋게 시작한 터라, 처음부터 호흡에 집중이 잘 되었다. 오늘 명상에서 특이한 점은 콧등을 중심으로 양쪽 볼 아래쪽으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고 명상하는 내내 지속되었으며 지금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 현상을 명상에 불필요한 자극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이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마치 오토바이 헬멧이 얼굴을 가볍게 누르는 것과 같은 상당히 강한 자극으로 바뀌기도 했다.


나의 의지로 이 현상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자각과 이 현상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도와주는 쪽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자각이 동시에 생겼다. 그래서 양쪽 볼의 떨림이 강렬하여 마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움직일 때, 의식적으로 집중의 포커스를 콧구멍과 윗입술 사이, 즉 호흡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부위로 옮겨 보았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이 잘 보였다. 숨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마음은 양쪽 볼의 미세한 떨림으로 이동했다. 그러면 다시 집중의 포커스를 숨으로 의식적으로 돌렸다. 이렇게 의식은 양쪽 볼과 숨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집중의 범위가 몸전체이던 이전과는 달리, 오늘은 얼굴안의 한정된 공간으로 좁혀졌다. 전에는 의식이 복부, 가슴, 눈꺼풀 등 몸의 변화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였는데, 오늘은 얼굴의 전면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호흡에 좀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호흡으로 모아진 집중이 지속되면, 안면의 떨림이 몸 전체의 떨림, 전율로 바뀌기도 했다. 오늘은 숨이 나갈 때 몸의 전율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율은 기분 좋은 전율이라 더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마음은 욕심이고 번뇌이다. 그래서 이 마음이 생기면 전율은 금방 사라진다. 왜냐하면 마음이 이미 여러 갈래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명상하는 내내 편안한 행복감과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빛은 뜨지 않았다.


마음이 호흡에 올인하듯이 지속적으로 모아지면, 호흡을 따라 강렬한 빛이 뜬다고 한다. 이것을 명상 용어로는 니미따라고 부른다. 이 니미따의 출현 여부로 집중력이 어느 정도 숙성되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이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니미따를 보는 것은 정진의 결과이지 복권 당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복권 당첨은 확신할 수 없지만, 노력은 확신할 수 있다. 명상을 15일 정도 계속하면 생기는 마음,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쁜 월요일이라, 점심까지 걸러가며 바쁘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나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게 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브런치 작가 선정 소식이 그것을 확 날려 버렸다. 지금은 명상을 지속할 동기부여를 위해 글을 쓰는지, 글을 쓰기 위해 명상을 하는지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한다. 허나, 어느 것인들 어떠하리. 명상도 계속하고, 그것을 글로 남겨, 이후 계속된 명상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면 그만이지. 하하하~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명상을 해보려고 마음 먹은, 명상 초보의 짧은 경험과 생각을, 생각나는대로 적고 있습니다. 사실 앞으로 명상의 날수가 늘어나면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많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잘못된 점 있으면 주저없이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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