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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nd Turtle May 14. 2022

술 마신 다음 날의 명상

명상 기록 16일째

오늘은 명상이 참 잘 안된다. 타이머를 51분에 맞춰 놓고 앉았는데, 도무지 호흡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렇게 집중이 안된 적이 없었다. 20분 정도를 앉아서 버티다가 결국 바닥에 그대로 대자로 누워 버렸다. 타이머가 울리고 나서야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흡에 마음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 마음은 자꾸 왼쪽 옆구리로 간다. 옆구리가 많이 쑤신다. 집중으로 버텨보려고 다시 호흡으로 마음을 모은다. 허리 통증이 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그럴 뿐, 마음은 다시 불편한 허리로 돌아간다. 이렇게 20분 정도를 씨름하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명상을 멈추고 일어났다.


비단 오늘만 이런 것은 아니다. 최근 며칠 동안 명상을 하지 못했다. 일주일 사이에 회식이 두 차례 있었다. 두 번 모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가볍지 않게 마셨는데, 이것이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회식이 주로 저녁 시간에 있다 보니, 회식이 있는 날은 명상을 할 수가 없다. 회식한 다음 날은 대체로 매우 피곤하기 때문에 역시 명상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부처가 음주를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 오계 중의 하나로 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음주는 수행을 많이 퇴보시킨다.


15일째의 명상 일지를 보면 집중력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흡으로 모아진 집중이 지속되면, 안면의 떨림이 몸 전체의 떨림, 전율로 바뀌기도 했다. 오늘은 숨이 나갈 때 몸의 전율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율은 기분 좋은 전율이라 더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마음은 욕심이고 번뇌이다. 그래서 이 마음이 생기면 전율은 금방 사라진다. 왜냐하면 마음이 이미 여러 갈래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명상하는 내내 편안한 행복감과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빛은 뜨지 않았다. (‘니미따: 집중으로 뜨는 빛’ 중에서)

그러나 오늘은 전율은커녕 편안한 앉음도 없었다. 집중도 지속되지 않았다. 허리는 아프고 다리는 불편했다. 명상을 처음 할 때의 불편함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건 분명한 퇴보다.


아,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들과 어울려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좋은데, 명상을 할 때 집중력을 팍 떨어뜨리니, 이것 참 난감하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100일 이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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