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s Seattle
May 30. 2020
불타는 미네아폴리스, 비백인 그리고 미국인
Rest in Peace George Floyd
20불짜리 위조지페 사용 의혹으로 비무장 흑인 시민이 굴욕적인 자세에서 경찰에 목졸려 죽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미국 전역, 특히 흑인들의 한이 맺힌 지역들이 불타고 있다. 말 그대로 시위가 격해져 경찰서에까지 방화가 이루어졌다. 미네아폴리스가 있는 미네소타 주는 원래 백인 우월주의로 잘 알려진 곳이다. 미국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미네소타에 취직된 동양계 친구를 모두가 걱정스럽게 말렸던 기억이 난다. 막상 그녀는 적응을 잘 한 듯했다. 그녀가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지만 동네가 워낙 안전하고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서로를 너무 믿어 사람들이 차에 키를 꽂아놓고 내린다고 했다. 동네 경찰들이 외부인 유입이 있는 행사 시즌에는 주민들에게 제발 집을 잠그고 다니라고 주의를 준다고 했다. 잔혹한 살인범들의 이웃 주민들이 흔히들 증언하듯 잔인함은 평소에는 무해한 혹은 도덕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미국은 차량 도난이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경찰들이 도로에서 검문을 종종 한다. 백인이나 나처럼 작은 동양여성은 교통법규 위반일 때만 잡히지만 흑인들은 정말 자주, 억울하게 잡힌다고 한다. 그렇다고 동양여성이 백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BBC 인터뷰 중에 귀여운 자녀들이 난입해 유명해 진 백인 교수의 아내가 유모로 오해 받은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양 여성은 유모 혹은 창녀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유학생 비자로 미국에 입국할 때면 검문소에서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양계 여성들과 나란히 앉아 오해를 해명할 차례를 기다린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경찰들의 광범위한 총기사용이 허용되는 미국에서 강력범으로 오해 받는 것은 창녀로 오해 받는 것과 차원이 다른 위험이다. 그래서 흑인 부모들은 아직도 자녀들에게 살면서 억울한 일이 생겨도 일단 경찰에 순응해서 목숨을 보호하라고 가르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변인들로부터 오늘날에도 횡행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성토를 듣게 됐다. 포르셰를 모는 흑인 외과 의사가 한 달 걸러 한 번씩 경찰들에게 '왜 흑인이 비싼 차를 모느냐'고 심문당한다는 말을 들으며 들은 생각은 '나 같으면 이런 일을 두 번만 당해도 뒤도 안돌아보고 한국으로 가 버린다. 어떻게 저런 짓을 평생 당하고 사나.'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이 고향이다. 물러설 곳이 없다. 든든한 모국이라는 기댈 곳도 없는 채로 절망적인 현실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민감한 문제에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오늘에도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CNN 기자들 중에 흑인들만 체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 것을 모르고 흑인들이 불평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럽고, 나처럼 무지한 제3자들로 하여금 만성적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 누군가의 잔인한 꼼꼼함에 두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