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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Seattle Jun 05. 2020

뒷담화, 미성숙한 우리들의 사회생활

아이들에게 배운다_6/3/20

"아빠, 엄마가 널어 놓고 안 치우는거 찌증(짜증)나지 않아? Daddy, isn't it eenoyin( annoying ) that mommy makes up mess and doesn't clean up?" 애기 발음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어휘들을 남용하는 우리집 4살 짜리 꼬맹이가 바쁜 아침 등교길에 아빠한테 했다는 첫 엄마 뒷담화다. 우리집은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내가 재정 관리와 거의 모든 집안일(청소를 제외한 일체)을 하는 대신 남편이 정리정돈을 담당하는 구조인데 정리정돈을 엄격하게 시키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눈에는 이런 상황이 부조리하게 보였나보다. 정리정돈이 인생 최대의 숙제인 4살에겐 엄마가 하는 90%의 집안일이 보이지 않고 아빠가 하는 10%가 전부로 보였 듯, 뒷담화는 하는 사람의 시야와 입장을 투영한다.


벌써 뒷담화가 주는 단결의 묘미를 맛본 아이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친구들과 말잔치를 벌이다 친했던 친구 샘에게 믿음이 안 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동안 눈에 하트를 띄우고 우리집 꼬맹이를 따라다녔던 동갑내기 샘의 냉정한 태도 전환 덕에 4살이 벌써 그러한 통찰력과 결단력도 가능한 나이라는 것을 배웠다. 뒷담화에 인생을 낭비한 전력이 있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이끌지에 대해 고민이 많건만 정작 남 뒷담화를 안하는 남편은 꼬맹이의 관찰력을 신기해 하면서 (그리고 기특하게 본인 편을 들어준 것에 은근히 기뻐하며) 틀린 어휘만 고쳐 줬다고 한다. 4살 짜리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만 살아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우리 꼬맹이도 줏대 있는 4살 샘이 다시 보이나 보다. 평소에 일절 관심 없더니 요새는 집에서 샘 얘기를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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