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s Seattle
May 20. 2020
부모 대 부모: 태도의 세습 혹은 단절
가지 않은 길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와 남편의 부모님은 네 분 모두 외적 기준으로 사람을 줄 세우기 좋아하고 평생을 비교하는 재미로 살아 오신 분들이다. 학벌 위주로 살아오셨지만 만약 외모가 더 수려했거나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하셨더라면 그 기준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셨을 분들이라 생각한다. 자식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비교의 장에서 체면을 세우는 도구였고, 자식들의 입장과 상관 없이 그 도구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도 주며 살아오셨다. 물론, 네 분 모두 선량한 시민이시고 자식을 아끼는 보통 부모이시다. 다만, 본인의 의지로 자식을 좌우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뿐이다.
예순이 한참 넘은 나이에도 변한 게 별로 없다.
내 어머니는 내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C의 엄마가 본인의 최고 엘리트 기준을 충족시키는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 그 아이를 무척 의식한다. 그 전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그 아이의 발달 단계까지 꿰고 있다. 다행인지 C의 부모도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지 않아 그 아이와 내 아이가 어린이 집 또래 중에서 유일하게 문맹이다. 나와 남편은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할 때까지 어떤 공부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아이의 유년시간을 즐거운 기억으로 채우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어머니와 대화를 할 때마다 늘 비판을 받는다.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 입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것을 답답해 하실 뿐이다.
소아비만이었던 남편 때문에 내 아이의 체중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시어머니 역시 C의 엄마에 관심이 많다. 우량아 엄마로서의 경험을 전수하고 싶은셨던지 내 아이의 생일잔치에서 가만히 있는 C의 엄마에가 난데 없이 다가가 "아이가 큰 건 좋은 일이니 힘 내."라고 말을 해 그 엄마를 벙찌게 만들고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나는 그날 C의 엄마가 C에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으로 봤다. C가 평소처럼 마지막까지 혼자 음식을 먹고 있을 때였다.
그 비교의 끝은 어디인가
애초에 해피앤딩이 불가능한 설정이다. 우리는 어렵사리 우리의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고 부모님들은 우리로부터 정신적으로 소외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자고 부모님으로 하여금 우리와 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게 해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끊임 없이 적정한 위치 선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태도의 유전 혹은 세습
하필 내 꼬맹이가 그 C와 어린이집 에서 최고 인기인 B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삼각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문득 C에게 상처 받는 말을 들은 생각이 날 때면 집에서 흐느끼곤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큰데다 매사에 보은을 잊지 않는 내 아이의 성정에 비추어 그 아이 역시 내 아이에게 상처를 솔찮게 받았을 것이라는 것을 잠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열성적인 C의 엄마가 바쁜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C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상에 지친 B의 엄마를 대신해 주말마다 B를 돌봐 주고 둘을 앉혀 놓고 절친들이 지켜야 할 룰들을 가르친다. 나는 그 도전을 사양했다. 골목대장 출신에 체력도 더 좋은 내게 유리할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내 아이가 게임의 주체로 남도록 물러서 있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내 아이는 B에 대한 미련을 한 켠에 남긴 채 새로운 절친들을 사귀고 B의 두 번째 친한 친구의 위치에 안착했다.
여담으로 C의 엄마의 열정은 존경스럽다. 나보다 나이도 꽤 많은데다 직책도 높아 책임감도 많을 테고 C 밑으로 더 어린 아이도 하나 더 있는데, 남의 아이를 매 주 몇 시간씩 봐 주다니, 그야말로 의지의 미국인이다. 내가 C라면 정말 엄마가 고마울 것 같다. 최소한 20대까지는...그리고 나처럼 30대에 엄마를 재해석하게 될 지도 모르지. 어쩌면 엄마와 똑같이 성공적으로 열정 넘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고.
당당함의 유전 혹은 세습다
당당함의 유전 혹은 세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