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내가 주도하기
세상에는 날씬하고 예쁜 신부가 참 많다. 물론 나도 외모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어느 정도는 자기만족이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과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놀라울 정도로 신부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지인의 말에 따르면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신부에게만 지독할 정도로’ 요구하는 것이 많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했다.
신부 관리라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살을 많이 빼기를 당연시 여기며 좀 더 빼라고 말하는 직원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그건 개인의 자유인걸요...? 좀 지나친 간섭과 실례되는 말이 아닌가? 내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서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마지막까지 좀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도 드레스와 메이크업, 사진 촬영에 돈을 쓰니 좀 더 예쁜 모습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다. 돈을 투자를 했기 때문에 드는 그런 마음 말이다. 스스로 목표한 만큼 살을 빼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정도로 노력하긴 했다.
결국에 결혼 준비라는 것은 잠깐 지나가는 일이고 더 중요한 건 결혼 후에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사는 일이니까!
또 비슷한 사례로 결혼 준비 과정은 사람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기준과 경험에 맞춰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하나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는 시간 낭비인 말들이다. 정말 작은 결혼식에서부터 화려한 결혼식까지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 맞춰서 하면 되는 것인데 ‘이건 꼭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라는 자연스럽게 여기는 관습은 누가 정한 것인가.
그럴 때는 그냥 “그래 너는 그렇게 해서 좋겠다. 나는 그냥 이렇게 할 거고 나는 만족해”라고 마이 웨이를 주장해보자. 나도 그게 처음엔 마음 정리가 되지 않고 흔들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어 괴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전혀 없던 일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내리는 결정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세대의 차이, 문화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소에는 유연하고 개방적이라 생각했던 친정어머니의 생각도 결혼 준비에 있어서는 많이 다름을 느꼈다.
한복을 맞추지 않는 것은 엄마 세대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이라 반대로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하셨고(요즘 안 맞춘다더니 우리 딸도 그럴 줄은 몰랐네.라고 하셨다.) 예단의 경우에도 완전히 생략하기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셨다. 처음에는 나도 완강히 반대했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부모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또한 나도 딱딱한 사고를 가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 조율을 해서 한복은 엄마가 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맞추는 대신에 저렴한 브랜드에서 신부만 맞추고(신랑은 무료 대여 이벤트가 있었다. 정말 잘한 일 같다.) 예단도 어느 정도 진행을 했다.
결혼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가 맞지만 또 가족의 행사라고 인정을 했기에 엄마의 마음이 불편하다는데 굳이 반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결정을 한 후에는 받아들이고 한복도 감사히 받아 촬영할 때도 사용하고 결혼 후 첫 명절 때에도 입고 가서 명절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결혼 준비를 하면 선택할 일이 많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생각할 시간조차 없어서 충분히 주변의 시선이나 혹은 인터넷 상의 다양한 후기를 보며 휘둘릴 수 있다. 그렇기에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새로 잡으면 좋다고 말하고 싶다. 내 중심은 내가 잡고 진행해보자. 결혼 준비가 훨씬 평화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