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 30대의 인간관계
여러분에게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요즘처럼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가 또 있었을까 싶어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누군들 예상이나 했을까요.
항상 조심하고 건강을 제일 먼저 챙기도록 해요 우리.
저는 지금 창가 테이블에 앉아 핑크빛 노을을 보고 있어요. 구름과 하늘이 참 아름답네요.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선선하고 시원해요. 아! 그리고 여긴 풀벌레 소리도 정말 많이 들려요. 밤마다 귀뚜라미가 우는 걸 보니 정말 가을이 코앞에 왔나 봐요. 창문을 열어두면 귀뚤귀뚤 대는 규칙적인 소리에 저절로 잠이 들기도 해요.
가끔씩 생각이 났는데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도 새로울 것 없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주저하기도 했어요.
문득 안부를 물어볼까 하다가 막상 대화거리가 없어 어색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점점 연락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 되는 것 같아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연락해도 상대방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냥 또 '잘 지내겠지'하고 말기도 해요. 아주 오랜만이더라도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런 게 전혀 없는데 말이에요~!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에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놔 버렸어요.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각자 사는 지역도 다양해졌고(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있네요), 서로의 상황과 역할이 각양각색이라 나눌 수 있는 공감대도 조금은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울고 웃고 화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만큼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 못해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또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 나이대에 생기는 변화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크고 작은 것을 넘어서서 멀리서 지켜봐 주는 것도 친구의 덕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여러분께 고마워요. 고민이 있을 때 응원도 해주고, 내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나도 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예전에는 와 닿지 않았어요. 그냥 나랑 비슷하고 잘 맞는 사람만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쳐내고 나면 아무도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100% 나와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어느 부분에서는 잘 맞다가도 또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는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들은 흔히들 누군가를 다 안다는 착각을 한다고 해요. 그 착각 때문에 때로는 실망을 하기도 하고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내 생각의 범위 밖의 사람들을 만나면 여전히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아직 경험치가 부족한 걸까요?
그리고 나 자체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부족하니까요. 단점도 있는데 친구 해줘서 고마워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멋진 모습을 보면 존경도 하면서 나도 배워나가고 하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여러분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낸 데에는 여러분의 지분도 분명히 있어요. 나의 좁았던 식견을 넓혀 주기도 했고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에 자극을 주기도 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고, 미움받을 용기를 내라고 하지만 미움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럴 때 참 스스로 깨지기 쉬운 유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부분은 아직 좀 더 살아가면서 연구해봐야겠어요. 웬만한 충격으로는 깨지지 않는 단단한 껍질을 가질 수 있게요.
집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이런저런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요. 다들 답답할 거예요. 끝이 보인다는 희망이 있으면 조금은 더 힘을 내 볼 텐데 아직까지는 조심하는 것 외에 썩 좋은 소식은 없네요. 이 또한 지나가겠죠...? 언젠가 2020년은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다 하며 돌아볼 때가 오겠죠?
너무 힘을 내면 오랫동안 버텨내기 힘드니까 적당히 느슨하게 힘을 빼며 지켜봐요. 각자의 방법으로 하루하루 잘 보내고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오늘 하루도 저물었네요.
세계 각지에서 다들 건강히 있어요. 조만간 만나요!
2020.9월의 어느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