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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운 Sep 22. 2020

약학대학에 합격하다

약대에 합격해서 글을 쓰기까지


위 사람은 본 대학교 약학대학 편입학모집 입학전형에 합격하였음을 통지합니다.


믿을 수 없었다.

매일 밤 합격한다면 눈물이 쏟아지지 않을까 상상했었지만, 나는 훨씬 담담한 사람이었다.

눈물이 나기는커녕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내 합격 소식을 기다리던 엄마와 오빠에게 합격이라고 말했다.

내 입으로

“나 합격했어.”

라고 말하기 전까지도 이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환각인지 꿈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엄마와 나 오빠 셋이 부등켜 안고는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고서는 엄마도 오빠도 안믿기는지 몇번이나 다시 물었다.

이제야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나 진짜 합격했구나. 하지만 합격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네?’

당시 시니컬함의 끝을 달리던 나로서는 저 소감이 다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합격 이후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어마어마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산들을 하나씩 넘으며 4년이라는 길고 굵은 약대 생활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난 2017년 가을에 PEET라는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 공부를 시작해서 한 번의 재수 끝에 합격했다.

시험이 수능처럼 일 년에 한 번 있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원서를 준비한 시간을 제외하고 시험 자체를 위해 공부한 기간은 1년 8개월 정도 된다.


여느 수험생들처럼 공부를 하는 동안 정말 많은 스트레스와 싸웠다.

스트레스성 질환도 꽤 앓았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허리가 아파서 도수치료를 받으며 공부했고, 면접을 앞두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수험기간 동안 썼던 일기를 보면 오늘의 날씨를 적는 것처럼 오늘의 공부 컨디션을 적었다.

글을 쓰기 싫은 날은 오늘은 공부가 안됐고, 오늘은 공부가 잘됐고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라도 적었다.

그리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 적었는데, 일기를 읽어 보면 하루하루 뭐라도 해냈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는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있었으므로 회사원으로 치자면 월~금 매일 야근이 있는 생활인 셈이다. 주말도 반납했다. 쉬는 날은 하루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이 마저도 시험이 다가와서는 반나절로 줄였다. 그리고 이 생활을 1년 8개월 가량 했다.

공부가 잘 안되는 날이더라도 일단 8시까지는 공부를 하다가 기분전환으로 영화를 한 편씩 보고는 했다.

나는 영화를 자주 봤는데, 내용이 이어지는 드라마보다는 한 번 보는 것으로 호흡을 끊을 수 있는 영화가 수험생에게는 맞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런 나의 노력은 나에게 합격통지서를 쥐어주었다.




나는 대학교 재수를 안했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PEET 재수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났다.
특히 같이 공부를 시작했던 친구는 한 번에 합격해서 붙었기 때문에 내가 뒤쳐졌을까봐 불안했다.

그러나 입학하고 보니 내 나이의 동기들이 가장 많았고 내가 늦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동기 중에는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온 30대 언니들도 있었고 그중엔 아이가 있는 엄마도 있었다.

그만큼 약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학교였다.

나는 정말 다양한 나이와 배경의 스펙트럼을 가진 동기들이 좋았고, 단지 옆에서 같이 공부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들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모여서인지 약대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큰 이슈는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이다.

서로 “너는 제약회사 잘 어울려.” “나는 병원 가려고.” 등등 조언도 해주고 행복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나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고, 글을 쓰는 약사가 되겠다는 꿈을 마음 한 켠에 항상 갖고 살아왔다.


그래서 이번엔 나의 작가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나의 약대 생존기를 시작으로 글을 써보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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