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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 Jun 07. 2020

영화 <트루먼 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


영화 '트루먼 쇼'


* 본 글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두죠.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



 나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거짓이라면 어떨까?


 지난 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는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이다.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 분)은 작은 섬에서 보험회사원으로 일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트루먼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 제목인 '트루먼 쇼'는 작품 속에서 30년간 방영중인 TV쇼 이름과 동명이다. 프로그램은 트루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걸음마를 시작하던 순간, 학교에 입학하고 결혼하는 순간까지 트루먼의 모든 일생을 담아 전 세계에서 방영된다. 단 한 대로 시작했던 카메라는 어느새 수 천 개로 늘어나 초소형으로 트루먼을 지켜본다.


 '트루먼 쇼'에서는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것이 거짓이다. 트루먼의 아내와 친구, 심지어 부모까지 전부 감독인 크리스토프(에드 헤리스 분)의 지시 아래 움직이는 배우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트루먼의 첫사랑 로렌(나타샤 맥켈혼 분)으로 인해 트루먼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TV쇼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소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등장하는 새로운 공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 까지, 방송 사고와 같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극은 조금씩 속도를 내며 새롭게 흘러간다. 트루먼이 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관객은 마치 TV쇼의 시청자가 된 것 처럼 그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영화 '트루먼 쇼'


 그러나 트루먼이 감독이 만들어 놓은 세트장에서 벗어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릴 적 폭풍우 속에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물을 무서워하게 된 트루먼은 바다 너머로 쉽게 나아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모험을 멈출 수 없는 건 자신의 자아를 되찾기 위함에 있다. 죽음 끝까지 몰고 가는 폭풍우와 번개 틈에서도 끝까지 돛대를 세우는 모습은 뭉클함을 안긴다.


 특히 극의 후반에서 트루먼과 크리스토프가 서로 대화하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씬으로 남았다. 어쩌면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의 또 다른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벗어나는 순간까지,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본 이가 바로 TV쇼 감독이다. 곤히 잠든 트루먼의 얼굴을 화면으로나마 쓰다듬는 모습에서는 애틋함까지도 느껴진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알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 트루먼에게는 세트장의 끝, 계단 위에 선 순간이 바로 그러하다. 때문에 트루먼은 극의 후반에서 크리스토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출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트루먼은 어떻게 되었을까? 철저히 만들어진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왔던 트루먼이 진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자면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때때로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으로 가득 차 있기에 가치가 있다. 비록 진짜 세상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트루먼은 그 속에서 진정 자유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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