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동 카페거리 근처에 있는 ‘다정삼겹’이라는 식당에 갔다. 다정한 삼겹살이라니. 가게 이름이 귀엽고 정겹다.
생선구이 정식을 맛있게 먹고 앞을 바라보니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장님께 물으니 건물주가 1년 전부터 가게를 비워달라 했다는 게 아닌가. 어찌저찌 1년을 버텼지만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 폐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식당을 나와 옆 골목을 바라본다. 다정삼겹의 미래는 옆 골목의 현재였다. 건물주는 이곳을 카페로 바꾸고 임대료를 올릴 게 분명하다. 고기 냄새 대신 향긋한 커피향이 거리를 채우면, 근처에 세련된 와인바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읽기 힘든 영어 간판과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무장한 힙한 가게들이 좁은 거리를 빼곡하게 채우겠지. 낡고 허름한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생기를 두른 채 수많은 젊음을 맞이할 테다.
살다보면 다정한 존재의 오래된 얼굴이 그리울 때가 있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늘 소중한 법이니까. 이렇게 다 바뀌어 버리면 어떡하나. 난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아무런 힘이 없는 사소한 투덜거림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