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Jan Jun 04. 2021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이다

두려움을 이기는 꾸준함, 1분 홈트 챌린지를 마치며

작년 말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 후련함과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이 몰려왔다. 일정하지 않은 수입과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운동 강사, 그 모든 것이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음에도 나는 불안했다.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다니기로 하면서 나에겐 더 많은 시간이 생겼다. 이전처럼 하루 8-9시간씩 일만 하며 그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운동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해야만 불안이 잠재워질 것도 같았다. 그즈음 sns에서 나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푸시업 챌린지'를 하는 모습을 보았고  또한 무작정 챌린지를 시작했다. 25일간 매일 25번씩 푸시업 하며 꾸준히 영상을 찍어 올렸다. 꾸역꾸역 몇일을 해내고 나니 몸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몸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었고 꾸준히 해내는 무언가가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만들어냈다. 1분 남짓한 시간의 운동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챌린지가 끝나갈 무렵 내가 활동하던 드로잉 모임에서 다양한 소모임을 꾸려갈 사람을 모집했다. 푸시업 챌린지를 약간만 변형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운동 할 수 있지 않을까?1분 동안 자신이 정한 한 가지 운동을 매일 하고 영상을 찍는 형태로 변형해 '1분 홈트 챌린지'를 기획했다. 사실 처음엔 딱 3주만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했고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인스타를 기반으로 운동할 사람들을 모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결과는 어땠을까. 나는 개인 사정으로 쉬었던 3일을 제외하고는 135일 동안 매일 운동을 했고 4기까지 운영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1000개가 넘는 운동 인증글을  만들어냈다.


 운동과 함께 일상을 기록한 참가자들


덕분에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포스터와 참가 신청서를 만들었다. 챌린지를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카드 뉴스도 제작했다. 완주를 기념하는 영상을 제작하며 대학 졸업 후 연을 끊었던 영상 편집에도 다시 발을 들였다. 디자인의 한계를 느끼고 짧지만 디자인의 기본을 배우는 온라인 수업도 수강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겐 말 그대로 challenge였다. 운동 이상으로 나에게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5달 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앞서는 내 의욕과는 달리 매 기수 조금씩 줄어드는 참가 신청을 볼 때면 이 모든 게 나의 욕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질수록 본업, 그러니까 육아와 운동을 가르치는 일이 소원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달만 더 해보자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말이 있다. 바로 "덕분에"라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하나의 장치였기 때문이다. 노력에 따라 초라한 백수 혹은 꿈이 원대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는 이 자유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잘하기 위해, 막상 해보니 재미있는 디자인과 기획을 계속해나가기 위한 이기심.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재미있고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가다 보면 나의 삶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세상에 건강한 이기주의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1분 홈트 챌린지의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우이동 클라이머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