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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Aug 08. 2024

할머니와 바둑이

막내아들


 바둑이는 전에 게시한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이다. 진돗개고 똑똑하고 용맹했다. 할머니는 바둑이를 막내아들처럼 이뻐하셨다. 아무래도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태어났으니, 손주들도 다들 훌쩍 커버린 후였기에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며 아양을 떠는 존재라고는 아마 강아지뿐이었을 것이다.

 바둑이에게는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연수'. 큰 외삼촌은 상수, 막내 삼촌은 광수, 그다음 바둑이 연수. 바둑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할머니셨지만, 연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나서는 더욱더 사랑과 정을 주신 것 같다.

 바둑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가족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누군가는 바둑이를 돌봐줘야 했기 때문이다. 반려견, 특히 대형견을 키우는 집들은 다 알겠지만 데리고 가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당번을 서야 한다. 게다가 20여 년 전만 해도 요즘처럼 애견동반 숙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희생이 꼭 필요했다. 할머니는 여행을 못 가시더라도 바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셨고 바둑이에게도 1순위는 단연 할머니 었다.


 한 날은, 여느 날처럼 할머니께서 바둑이를 데리고 한강 산책을 나가셨다. 보초소에 경찰견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낯을 가리지 않는 강아지였는지 할머니에게 하도 애교를 부려서 귀엽다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한참을 만져주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둑이는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을 나와서도 어딘가 뾰로통하니 신나 하지 않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예민하게 굴더니 결국 할머니에게 입질까지 해 버렸다. 놀란 할아버지가 달려와서 바둑이를 엄청 다그치셨지만 바둑이는 입질까지 한 마당에도 화가 풀려 보이지 않았다. 놀란 마음을 진정한 후 할머니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자, 모두는 바둑이가 질투에 눈이 멀어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도 다시는 바둑이 앞에서 다른 강아지를 예뻐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노년에 키우는 반려견이란 나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바둑이를 키우게 되면서 우리 집에도 웃음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아기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바둑이도 애교가 많은 편이기도 했고 사랑둥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과연 할머니에게는 아주아주 늦둥이 아들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할머니가 생각나는 날에는, 바둑이도 한 세트처럼 함께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바둑이 세 식구가 저 너머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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