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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04. 2022

어려울 수록 단순하게

장루 퀴즈 대회를 엽니다

아빠의 퇴원으로 우리 가족은 간호사들의 몫을 대신해야 했다. 샤워를 할 때에는 장루를 끼고 하는 건지, 먹어도 되는 음식은 뭐고,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은 뭔지. 이것저것 병원에서 안내해준 자료는 많았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내용을 알기 위해선 뭔가 재밌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 손으로 개최했다. 이름하여 장루 퀴즈대회. 장루를 다 함께 알아가자는 의미에서 <장루 친해지기 OX퀴즈대회>를 연거다. 퀴즈는 장루 안내 책자 안에서 내가 직접 출제하는 방식으로 기획했다. 정답을 많이 맞힐수록 상금이 늘어나는 형태로 진행됐다.

내가 우리 가족에게 공지한 장루퀴즈대회 안내문

나의 이런 유별난 기획이 우리 가족에게 먹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아빠, 엄마가 퀴즈대회에 진심이었다. 퀴즈대회 10분 전, 마지막으로 책자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런데 웬걸! 엄마, 아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바람에 책자에 구멍날 뻔했다. OX퀴즈대회 답을 맞히는데, 두 손 꼭 잡고 동그라미 표시만 기다리는 두 사람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참 즐거웠다.

엄마는 2문제, 아빠는 3문제 틀렸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엄마는 2문제 틀렸고, 아빠는 3문제 틀렸다. 이 퀴즈대회 덕분에 우린 자연스럽게 장루 이야기를 공론화할 수 있었고, 귀찮지만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즐거이 알아갈 수 있었다. 상금 전달식도 했다. 상금은 현금이 제 맛이다. 문제를 풀 때까지만 해도 “상금때문에 하는 거 아냐”하던 아빠였다. 문제를 맞힌 만큼 상금을 전달하니, 앞니를 활짝 만개하며 초록 배추들을 챙겨 가더라.

상금 전달식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드는 우리였다. 어려운 문제를 즐겁게 해결했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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