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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갑진년, 가능주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그렇다고 제가 나폴레옹처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은 불가능들로 넘쳐나지요

오죽하면 제가 가능주의자라는 말을 만들어냈겠습니까

무엇도 가능하지 않은 듯한 이 시대에 말입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산산조각난 꿈들을 어떻게 이어붙여야 하나요

부러진 척추를 끌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요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


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반딧불이처럼 깜박이며

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

그 어긋남에 대해

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 합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이빨과 발톱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찢긴 살과 혈관 속에 남아 있는

이 핏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_나희덕, 「가능주의자」 『가능주의자』(문학동네, 2021)전문


2023년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하나 달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팬데믹이라는 모래주머니를 풀었으니 2024년 경쾌하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2023년은 시간의 역습이라면, 이제 모래주머니 풀고 달릴 인간의 역습입니다 :)


2024년, 청룡의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 ‘불가능의 가능성’을 믿고 비상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칭다오 경향도서관 관장 박건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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