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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단어들 007  “현재2 現在”

선도, 면도 아닌 시간의 점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단어들 007


“현재2 現在”


1.지금의 시간.


2.((때를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쓰여)) 기준으로 삼은 그 시점.


3.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지금 살아 있는 이 세상을 이른다.


4.언어 동작이나 상태가 지금 행하여지고 있거나 지속됨을 나타내는 시제.


지나가는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가 만나는 지점,

쉬지 않고 갱신되는 순간,

머물고 있으나 머물 수 없는 경계,

속절없이 지나가나 막연하게 소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착각의 절정,

비행기 창밖의 풍경.

칭다오와 한국을 4주 연속 왕래하고 있다. 자리는 가능한 창가로 예약한다. 창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멈춰있는 거 같다. 8,300m 상공에서 750km로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 안이지만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어쩌다 지나가는 반대편 비행기를 볼 때야 속도감을 체감한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지평선을 좋아한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볼 수 있는, 어떤 미래를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현재라는 시간대가 그렇다. 미래를 멀리 내다보지만, 끝까지 보이진 않는다(신학적으로는 끝만 보인다). 과거를 돌아봐도 너무 많은 현재가 쌓여 정확한 모습으로 볼 수 없다. 비행에도 변수가 많은 것처럼 인생을 운항하는 데도 변수가 많다.


비행기에서 사진을 찍는다. 비슷한 풍경 같지만 그래도 찍는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기록으로 기억할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은 현재의 기억의 오류를 잡아주고, 미래를 향한 기록은 다가오는 변수 몇 개를 미리 생각하게 만든다. 기록과 다르면 오답 노트를 만들면 된다. 그것이 ‘관점’이란 마일리지로 적립될 수도 있다. 어쩌면 ‘관록’에 더 가까울 수도.


나빈이가 새벽 2시 30분부터 버텨서 거의 밤을 새우고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에 앉아서 비행기 출발까지 30분은 졸았고, 이륙하고도 여러 번 졸다가 창가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또 기록한다, 기억한다.


현재는 자는 동안에도 지나간다. 결코 멈출 줄 모르는 배고플 때 우는 아기의 울음 같은 현재라는 시간, 귓가에 언니네 이발관의 ‘순간을 믿어요’가 흐른다.


20240112

웨이하이 상공을 지나가며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덧, 단체 관광하는 아저씨들이 건너편에 탔는데, 비행기를 전세 내셨다. 저들에게 소년 시절의 소란이 보여 마냥 밉진 않다. 친구들이 함께 모이면 함께 했던 시절로 돌아간다. 아마 ‘친구’ 얼굴에 그 시절의 기록이 표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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