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인의 밤
지난 6월 5일에 방영하였던 <나 혼자 산다> 348회는 대중에게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 호평은 SNS 상에서도 이어져 이 주의 이슈로 손꼽힐 수 있었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 대한 비평은 가시지 않았다. 늘 진심 어린 의견이 시청자 게시판을 가득 채웠으나, 꿋꿋하게 그들만이 사는 세상을 보여줬다. 송승헌의 제주도 휴양 라이프처럼 내내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김광규, 전현무, 데프콘이 함께했던 <나 혼자 산다> 초창기의 모습은 지금과 다르다.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하여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친근함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살아가는 순간이 아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스케일의 일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 나조차도 처음으로 ‘<나 혼자 산다> 보지 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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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는 금요일 밤을 대표하는 예능이다. 그에 따른 입지를 다져야 할수록 시청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시청자들은 ‘방송인데 소외감이 느껴져.’,‘평범한 일상이 궁금해.’라고 말한다. 그런 시청자들의 비평을 시원하게 긁어준 편이 있으니, 바로 348회 ‘4인 4색! 무지개 회원들의 혼밤 라이프’다. 6%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최근 11%대로 진입하여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나 혼자 산다>. 그렇다면 이 회차의 어떠한 점이 시청자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혼밤]
그간 방송 속에서 보여주었던 자취 라이프는 화려했다. 플리마켓을 여는 박나래의 집조차도 화려했다. 플리마켓 속 물건조차 지인 산다라박의 도움으로 명품이 등장하곤 했다. 평범한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일상으로 묻어나던 <나 혼자 산다>는 이번 회차에서 급격히 변화했다. 손담비의 에피소드로 시작된 회차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서는 순간을 주목한다. 20:00 제일 먼저 퇴근하는 손담비가 불이 모두 꺼진 집 조명을 다시 켜는 순간 패널들로 등장한 유명인들도 공감하기 시작한다. ‘저 때가 제일 슬프죠.’ 유명인들도 쓸쓸함을 갖고 있다. 공허함을 가진 채로 각자의 밤을 보낸다. 그러한 부분은 시청자의 마음을 건들 수 있었다. 아무리 화려한 모습을 하고 TV에 비친다 해도 실상은 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평범한 밤을 보낸다. 쓸쓸할 수 있고 공허할 수 있고 그 밤이 유독 슬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배꼽시계가 울리고 야식을 참지 못한 채 먹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일반인의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다시 한번 <나 혼자 산다>의 취지를 되살릴 수 있는 부분이 되었다.
[1봉인가 2봉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매번 야식에 고민하게 되는 행복한 문제가 등장한다. 유명인이 짜장라면의 양에 대해 고심하며 부엌에 서 있는 모습부터가 웃음이 난다. 유독 고민하게 되는 짜장라면의 포인트로 성훈의 일상에 함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인의 짝꿍 불면증]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밤을 지새우면 고질병이자 짝꿍이 될 불면증을 얻게 된다. 그런 불면증을 갖고 있는 성훈은 11시에 자려고 누웠으나 결국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을 손에 쥐게 되고 만지다 새벽 3시에 잠이 든다. TV 속 연예인은 늘 완벽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예인은 우리와 달리 고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고민을 갖고 늘 하루를 걱정하며 잠에 들지 못한다. 이 또한 나 혼자 사는 이들의 고충이라 생각하였고, 시청자의 마음을 또 한 번 긁어줄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웃고 있나요?]
이번 콘텐츠 제목의 주인공인 박나래의 회차는 유독 짠한 부분이 담겼다. 보는 내내 자신의 아픔을 감수하는 박나래의 모습에 울컥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무대는 10분이지만 그 무대를 위해 준비하고 지우는 시간은 6시간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고된 하루를 끝마치고 집에 들어서자 분장을 지우는 박나래의 모습은 고통 그 자체다. 분장 속 담긴 솜과 함께 민머리 분장을 떼어내는 모습은 보는 내내 화면으로도 따가움이 전달된다. 머리에 한 분장을 떼어내어도 지워내는 과정은 끝나지 않는다. 이에 묻힌 검은 칠도 약품으로 지워내야 했고 박나래는 고통스러워한다. 그 후 겨드랑이에 붙인 분장으로 피부과를 방문한다는 말은 더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러한 분장을 지워내는 과정 속 들렸던 BGM ‘리쌍-광대’는 최고의 구성이다. 박나래의 처지를 잘 빗대어주는 노래로 등장한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웃고 있지 않았던 박나래의 밤은 고통스러웠다. 박나래는 웃음 속 고통을 감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야식으로 털어낸다.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늘 무언가에 치여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잘 살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고통이 숨겨져 있듯이 이번 <나 혼자 산다> 속 유명인들의 모습도 같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유명인들의 일상도 멀리서 보았던 희극이었던 것은 아닐까. 일상은 가까이서 보면 우리와 같은 비극 속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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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밤을 함께하는 나 혼자 산다]
바쁘고 힘들었던 일주일을 보낸 후 맞이하게 되는 <나 혼자 산다>. 현대인들에게는 맥주 한 캔보다도 톡 쏘는 시원함을 선사하는 예능을 보여준다. 이처럼 넘을 수 없는 유명인과 일반인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애청자의 진심 어린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일상의 모습으로 짠한 포인트를 자극했으면 좋겠다. 금요 예능의 왕좌는 <나 혼자 산다>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