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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Nov 06. 2020

내가 미워.. 동생이 되면 좋겠어!

엄마반성문. 오늘도 화에 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미워..




7살 큰 아이는 감정기복이 심하다. 꼭 나를 닮았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너무 좋아서 방방 뛰고, 화가 날 때에는 마음 속에 큰 불덩이가 솟구치는지 꼭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쿵쿵하는 식의 표현을 해야 감정이 누그러진다. 그리고 에너지가 많아서 개구쟁이 같아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도 잘 받는 유리멘탈의 소유자다.



7살 4살 두 아들은 몸으로 놀기를 좋아한다. 여자들 숲에서 자란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일단 시작은 둘 중 누군가가 다른 하나를 툭툭 건드린다. 그러면서 서로 누르고 잡아당기고 간지럽히다 도망가고.... 그러다 힘이 약한 동생이 "하지마!" 하거나 다치면 끝나는 무한루틴.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뭐 말 한다고 되겠나 싶어서 이제는 그냥 내가 안 보고 만다. 

그래도 위험하게, 그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밀거나 잡아당기는 건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 정말 그러다 잘못하면 크게 다치니까...



하원하는 어느 날, 왜인지 신이 난 큰 아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해서 둘째 하원하는 데 내 옆에서 얌전히 기다려주면 딱 좋겠구만.. 그게 안 되어 둘째 어린이집 밖을 마구 뛰어다니고 왔다갔다.. 아하 아이의 기분이 좋은가, 텐션이 올라왔나 싶었다. 그런데 동생이랑 집에 오는 그 찰나, 어린이집에서 옆 동인 우리 집으로 가는 그 짧은 거리에서 너무 신이 난 첫째가 가방 멘 둘째랑 놀다가 동생의 가방에 달린 가방 악세사리를 잡고 뱅글뱅글 돌린다. 가방에 끌려 둘째도 같이 뱅글뱅글 돌다가 큰 아이가 악세사리를 확 놓으면서 둘째가 바닥에 철퍼덕 넘어진다. 

그런데 딱딱한 돌바닥에 하필 이마를 박아서 이마가 까졌다. 



엄마가 이런 행동을 싫어하는 걸 충분히 아는 첫째는, 또 혼날 것을 감지하고 금방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 내 눈치를 본다. 둘째 역시, 아픈 것도 아프지만 이 상황이 무언가 또 형아가 혼날 상황이라는 걸 아는지 일시 정지 상태이다. (4살이지만 둘째라 그런지 눈치가 참 빠르고, 무엇보다 형아가 혼나는 상황을 무서워한다. 형아가 울면 자신도 슬프니까...)





내 속에서는 또 천불이 난다. 분명히 위험하게 노는 게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엄마가 수 없이 이야기했는데. 나도 참을 수 없다. 나는 순간 헐크로 변신했다.



엄마가 밀거나 다리 걸거나 잡아당기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
엄마 말 못 알아들어? 이러다 동생 크게 다쳐서 병원가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럼 너 어쩔거야?
엄마가 하지 말라고 그랬지! 왜 자꾸 엄마 말을 안 들어!
꼭 맴매를 맞아야 엄마 말을 듣는거야?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폭언 수준으로 아이에게 퍼부어댔다. 거기에서도 모자라 이렇게 하면 좋겠어? 하며 아이를 밀치고 만다. 나는 올라오는 '화'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집에 와서도 또 같은 말로 화와 훈계 그 경계 어디에 있는 말들을 하며,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큰 아이에게 받아내고는 그제야 감정을 추스리고 방으로 들어가려 일어났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작게 들려오는 아들의 말..




내가 미워... 내가 정말 미워..
OO이(동생)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그런 행동도 안 하고 개구쟁이도 안 되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심했구나..

 아이도 머리로는 다 인지하고 있었는데 몸이, 마음이 안 되는 거였는데..  

다시 방에서 아이가 있는 거실로 나와 다시 아이를 안고, 눈을 서로 마주보며 말한다. 목소리는 최대한 차분하고 다정하게.



엄마가 너를 혼냈다고 해서 너를 미워하는 게 아니야.
너의 행동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엄마는 
너의 행동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한 거지
 우리 아들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언제나 너를 사랑해. 그 마음은 꼭 알아줘야 해.




마주 본 아이의 눈 속에 내 얼굴이 비친다. 투명하고 맑은 아이의 눈, 아이의 마음을 내가 또 상처를 준 게 아닐까..나는 또 한 번 자책을 하고 만다. 그렇게 한 10분을 꼭 안아주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얘기하니 아이도 기분이 그래도 조금은 풀렸는지 내 품에서 벗어나 다시 로봇을 갖고 놀기 시작한다. 


우리 첫째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오늘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마 자신이 동생을 밀었던 기억은 잘 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엄마가 헐크처럼 변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른 그 장면, 그 때 느꼈던 나의 무섭고 슬픈 감정만이 남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으니까..



어렸을 때 엄마한테 참 많이 혼난 나다. 엄마는 매우 깔끔했고, 나는 맨날 먹다 질질 흘렸고 부주의해서 자꾸 쏟기도 잘했다.  엄마는 조용한 평화를 원했고, 나랑 언니는 맨날 싸웠고..  엄마에게 혼이 날 땐, 너무 무서워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지금도 무언가를 쏟으면 순간적으로 주변 눈치를 보는 나다. 잘 알면서, 혼나는 게 얼마나 아이에게 공포인지 잘 알면서도.. 나 역시 아이에게 또 혼을 내고야 말았다.



육아서를 보거나, 요새 즐겨 보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늘 다짐한다. 아이에게 화 내지 말아야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좋게 좋게 이야기해야지.. 하지만 자꾸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는 또 감정에 지고 말았다. 37살이나 먹은 나도 자기 감정을 자제하는 게 힘든데, 아직 7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 내가 너무 힘든 걸 요구했구나..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미숙한 어른아이이다.





이번 일이 아이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남지 않기를, 그저 엄마가 너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기억만 남아 있기를.. 마음 속으로 바래본다.


역시나 엄마가 되는 길,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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