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기차타기 미션.
오늘 잠깐 아랫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 애들, 가족들 없이 혼자 KTX를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
그런데 동대구역에서 30대 초반의 엄마가 돌 된 아기를 아기띠에 앉은 채 들어오고 그 뒤를 5~60대 어르신이 따라 들어와서 무거운 짐을 아이 엄마의 자리 밑에 놓아두고 얼른 돌아서서 나간다. 창밖을 보니 짐을 놓아두신 어르신의 또래의 여사님이 아이 엄마를 안쓰러운 듯, 대견한 듯 바라보다 아기와 눈이 마주쳤는지 오구구 까꿍을 하시며 환히 웃으신다. 아까 짐을 두고 나가신 어르신은 여사님 옆에서 함께 환히 웃으며 아이와 손인사를 한다.
짧은 상황이었지만, 아이 엄마가 잠시 육아와 일상에 지쳐, 사랑하는 손주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픈 마음에 잠시 고향에 방문하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차창 밖 어르신은 아이 엄마의 친정 부모님이실거다.
아이의 엄마는 잠시 앉아 있다가, 앉아 있기 싫어 칭얼거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황급히 나간다. 그러다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아장아장 기차안을 걸어다니는 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 모습들을 보며 나는 예전 과거의 내모습 같아 마음이 시큰하다. 나는 친정이 먼 남쪽나라라.. 한 번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KTX가 있어 시간을 많이 단축해서 내려갈 수 있었지만 나 혼자 KTX를 타고 오갈 땐 정말 비장해지고 만다. 절간처럼 조용한 기차안에서 대략 2시간 30분동안 어떻게 아이를 조용히 시키지? 그래서 늘 9시 반 넘은 시각 또는 낮잠시간 같이 아이가 자는 시각만 골라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2시간 반 동안 안고 재우며 왔다. 앉아서 자기가 불편하니 아이가 앵~~ 우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서 자리를 끊어놓고 늘 기차 통로에서 자장가를 틀어주며 서서 토닥여 달래고.. 그러다 깨면 이야기 하고 객실 밖 통로를 돌아다니게 하고... 그렇게 그렇게 진땀을 흘리며 기차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엥 소리가 나면 어찌나 주변의 눈치가 보이는지.. 민폐같다는 생각에 내 얼굴이 화끈거려 죄지은 마냥 아이를 안고 동동댔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편안하게 올 수 있는 2시간 반이지만 정말 나에게는 육아노동강도는 최상이었다.
오늘은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만 다녀오느라 잠시 잊고 있었는데.. 찡찡 우는 아이를 쉬쉬 조용조용 달래느라 애쓰는 엄마를 보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아이를 안고 끙끙거리는 엄마를 보니 절로 눈물이 나면서 그 엄마의 심정이 말 안 해도 이해가 갔다.
아이가 어른처럼 조용하라고 하면 조용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러면 애가 아니지..
그냥 왜 갑자기 오늘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 땅에서 애 키우는 엄마들... 많이 편해졌다 편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애 키우기 너무 힘들고.. 예전에는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서로 함께 도와주고 같이 키워나가는 공동체 문화가 있었고 서로 그러려니 안쓰러워하며 도와주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맘충. 노키즈존 등등 뭐랄까 선긋기 문화가 도리어 형성되면서 아기 키우는 엄마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그냥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주머니의 사탕이라도 아기에게 건네고 싶었는데 왠지 오지랖같은 느낌이 들어 머뭇거렸던 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나도 아이들이 어느덧 좀 커서 그나마 회유와 협박 앤 동영상으로 KTX 기차 안에서 아이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 근데 진짜 쪼매난 아가들은 불가하다.
혹시나 기차에서, 혹은 비행기에서, 등등 애기가 울어 쩔쩔매는 엄마가 있다면 귀를 막기보다는 마음을 열어주시길.. 아마 그 엄마는 아가보다 더 울고 싶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