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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May 29. 2021

집밥의 힘

집밥은 엄마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결정체


나는 집밥을 자주 한다.


아이가 어릴 때 집에서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애를 키우면서도 남편에게는 따뜻한 저녁 한 상을 차려주었고


지금 일을 하면서 이래저래 바쁘지만 거의 외식이나 사먹는 거 없이 집밥으로 아이들을 먹여왔다.




© louishansel, 출처 Unsplash







일단, 내가 이렇게 집에서 요리를 하는 이유는 그냥 요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


이리저리 재료를 넣어서 만들어보니 그럴싸한 먹을만한 요리가 완성되는 자체가 참 신기하다.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진짜 못하는 똥손 오브 똥손인데 요리는 좀 다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참 뿌듯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가계부 다이어트에서 가장 큰 1등 공신이 시켜먹거나 사먹지 않고 집밥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활비 절약에 큰 이바지를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또 식재료, 요리 과정 자체를 내가 컨트롤하니까 요리가 훨씬 건강하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는 것은 뭐랄까..  그 사람을 위한, 가족을 위한 내 마음의 표현이다.


© lazybonesaustralia, 출처 Unsplash






지금 생각해보면 돌도 안 된 애들 데리고 굳이 남편에게 다른 건 몰라도 저녁은 꼬박꼬박 해줬던 건..


그냥, 일하고 온 남편에 대한 '수고했어.' 와 같은 나의 토닥임이랄까?


애쓴 남편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안식같은 거랄까?


(그 당시에도 나는 애 보고 밥만 챙겨줬을 뿐 나머지 집안일은 남편이 거의 다 할 정도로


내가 뭐 남편을 떠받들고 그런 스탈은 절대 아니니 오해는 놉.ㅋ)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내가 무언가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슨 요리전문가처럼 칠첩반상을 대령한 것도 아니고


인스타에 올라오는 한상차림처럼 플레이팅에 신경 쓴 예쁘고 정갈한 요리도 아니고,


내가 한 요리가 다 엄청엄청 맛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끼 먹기 좋은 정도, 딱 그정도이다.




그럼에도 내가  집밥을 만들어내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먹는 사람을 위한 애정, 헌신의 그 자체라고 자부한다.




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오늘 메뉴는 뭘로 하지? 가족들의 식성, 취향, 기호를 고려해야하고,


아이가 체구가 작으니 단백질이 많이 든 요리를 생각해야 하고 채소 먹이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 다음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농약이 들었을 것 같은 채소, 과일들은 또 신경써 세척하고,


가공식품들은 한 번씩 데치면서 불순물 제거하고, 


요리하면서 기름은 공장형 식용유보다는 건강에 좋은 포도씨유로


백설탕대신 꿀이나 올리고당으로, 후라이팬에 코팅이 벗겨진 것 같으면 얼른 다른 걸로 교체하는 등의


까다로운(?) 나름의 로직을 거치게 된다.








© milada_vigerova, 출처 Unsplash





내가 만들어준 요리를 우리 가족들은 고맙게도 잘 먹어준다.


물론 고기를 좋아하는 작은 아들, 생선을 좋아하는 큰 아들


식성이 다른 탓에 종종 반찬 투정은 있지만..ㅋ




우리 큰 아들은 엄마를 최고의 요리사라고 하고, 엄마가 잘하는 것은 요리라고 말한다.


그렇게까지 내가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닌데 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뭔가 아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어제 식사를 하면서 문득,


아이들이 먼 훗날 커서 엄마가 해준 저녁식사를 떠올렸을 때 그 이미지가 따뜻하고 푸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커서 사회에 나가 힘들 때, 그래도 엄마가 해 준 저녁밥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고,


힘들 때 와서 먹는 엄마의 밥으로 애정을 느끼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요새는 힘들지만 저녁 식사 때 국을 끓여주려고 노력한다.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메이킹 ㅋ)




밥 하는 사람을 부엌데기로 폄하하는 건 정말 너무 싫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헌신의 과정들을 사회가 너무 알아주지 않고 낮게만 보는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이라도 내가 먹는 집밥이 그냥 뚝딱, 나오는 게 아님을 알아줬음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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