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심콩 Feb 08. 2022

학습만화, 난 그거 찬성일세! (feat. 수학도둑)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도 소중하지


학습만화 난 그거 찬성일세!





도서관에 가면 초등학생들이 도서관 바닥에서, 책상에서 정말 흠뻑 빠져서 책을 보고 있다.


아이들이 책 보는 모습처럼 흐뭇한 장면이 또 있을까? 무슨 책을 보길래 저렇게 초집중해서 책을 보고 있을까~~


궁금해서 책 표지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학.습.만.화.


역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학습만화 계보가 있다.


먼저 스테디셀러, 최고 유명한, 지금까지도 당근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Why 시리즈. 그리고 마법천자문과 수학도둑.


요고 지나면 그리스로마신화, 한국사 세게사, 삼국지 등등!


다양한 지식들을 만화로 쉽게 익힐 수 있는 학습만화들 시리즈는 참 많다.



나도 어렸을 때 세계지리 관련 학습만화를 참 좋아해서 쉬는 시간에 교실에 꽂혀 있었던 몇 안 되는 학습만화들을 굳이 굳이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엄마의 입장에서 막상 우리 집에, 우리 아이에게 학습 만화를 들이는 것은 뭔가 고민스럽다.


혹시 아들이 줄글책은 접고 주구장창 학습만화만 끼고 살면????



사실 작년 즈음에 아이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은 학습만화 수학도둑을 드림받았다.


한 때 사교육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해서 말이 많았지만, 넘의 집 자식들 공부 어떻게 시키는지 훔쳐보는 마음으로다가 즐겨 보았던 MBC 예능 공부가 머니 프로그램에서도 언급되었던 수학도둑!!


감사한 마음에 받기는 받았는데 오픈을 하자니 정말 덕후 기질이 농후한 아들이 요고에 홀랑 빠져버릴까봐


언제 오픈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은 받은 상자 그대로 펜트리에 보관해둔 채 잊고 있었다.



그런데, 방학이 되니 넘나 심심한 아들이 집을 뒤지고 뒤지다 결국 요 박스를 발견한 것이다.













아침에 발견하자마자 아들은 정말 하루 꼬박 내내 요것만 읽었다.


아침 식사 할 때에도 보면서 먹고, 점심 먹을 때에도, 먹고 나서도 계속 계속.... 그렇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딴 거 하는 거 없이 죙일 요 시리즈만 읽었다.


몰입을 할 정도로 수학도둑 만화ㅏ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몇 시간 내내 쥐고 있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고, 마지막 즈음에는 내가 이걸 끝까지 다 보겠다는 약간 똥고집 아닌 고집으로 완독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암튼 근 8시간 정도를 만화책만 읽고 있으니 사실 엄마 입장에서야 완전 감사합니다아~~


방학 때 놀아달라 뭐해달라 귀찮게 안 해서 너무너무 좋았고, 춥고 코로나땜에 밖에도 못 나가는데 집에서 뛰지마라 장난치지 마라 잔소리 할 것도 없이 이렇게 얌전히 책만 읽고 있어서 좋고. 정말 집안에 평화가 온 느낌?


덕분에 나도 뭔가 눈치보지 않고 스맛폰도 하고 책도 읽고 내 시간 찐하게 가졌었다.












근데 너무 하루종일 수학도둑만 보고 있으니 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나, 수학도둑이라니 뭔가 수학적 개념이 좀 있나 궁금해서 나도 한 권을 집어서 읽어봤다.


보니 이 수학도둑 시리즈는 만화에 수학적 개념이 살짝 녹여 있고, 수학적 개념을 따로 설명한 페이지도 중간 중간에 있긴 한데..


결론적으로는 엄청나게 수학적 개념을 빠바박 익히기에 유익한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흥미 붙이는 정도인 느낌이다.


혹자는 수학도둑 읽고 나니 도둑만 남는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큭




사실 도서관에서도 보면 학습만화는 대출이 안 된다. 아마도 이유는 아이들이 너무 학습만화룰 좋아하니까 이것만 대출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가 때문일 것이다. 또, 책을 안 좋아하는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집중해 볼 정도로 린기가 좋으니 학습만화가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유인해 엉덩이 붙이게 하기에 딱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하겠다.




음... 사실 수학도둑을 굳이 오픈하지 않을 정도로 학습만화를 걱정했던 것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의 기우인 듯 하다.


아들은 물론 틈틈이 수학도둑을 읽지만, 여기에서만 빠져있는 게 아니라 평소와 다름 없이 다른 책들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오픈하면 줄글을 안 읽고 만화책만 읽는다는 걱정은 사실 어른들의 앞선 착각이다 싶다.


만화책은 사실 내용이 어렵더라도 만화라는 장치 자체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선호되는 책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줄글책은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려면 만화보다 문턱이 높기에 내용이 재미있거나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줄글을 잘 읽던 친구가 만화책만 읽는다면, 좀 더 재미있는 줄글책을 만나지 못함이 아닐까 싶은 깨달음이 아들을 보며 들었다.








© randomlies, 출처 Unsplash






만화책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나처럼 꽤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만화책에도 말풍선 속에 글이 있으며 그 글을 이해하려면 줄글만큼은 아니지만 독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만화책이 줄글책을 좋아하게 되는 마중물 역할 또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안 읽는 것보다는 학습만화라도 읽으면 땡큐니까!


그리고 학습만화들은 대부분 외워야 하는 딱딱한 지식들을 만화로 쉽게 녹여 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학습만화의 내용이 아이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장기기억으로 고이 저장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아이가 만화책만 본다면 이대로 줄글책을 멀리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에 아이가 그렇게 된다면 그 원인이 학습만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보다 더 재미있을만한 좋은 줄글책을 찾는 것이 맞다는 결론 아닌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학습만화! 잘 이용하면 난 그거 찬성일세!





매거진의 이전글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