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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스토브리그 Oct 14. 2024

한주의 시작

한주의 시작은 목장이 끝이 나면 시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남이 만나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매주 모여서 삶을 나눈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신앙심이 좋은 것도 아니다.

어느 때는 책임감으로 어느 때는 사명감으로 어느 때는 목원들의 짠한 모습이 그리워서 등등 이 핑계 저 핑곗거리를 찾아 목장을 하고 있다.

신앙심 없는 나에게 귀한 목원들과  식구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의 끈끈하고 정 많은 분들을 나에게 붙여주셨기 때문에 난 단지 그냥 딱 자리만 지키고 있다.

오늘도 목자 목녀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각자 준비해 온 야채 한 가지씩 비벼 먹기 위해서 비빔밥을 하기로 지난주 목장 모임시간에 정했다.

그런데 주 메뉴인 비빔밥 보다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 오셔서 목자와 목녀의 상이 부끄럽지 않게 가득 채워주셨다.

어느 목원은 나물만 있으면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양념 불고기반찬을 따로 만들어 오셨고 어떤 분은 집에 부추가 조금 있어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에 딱 맞는 전을 부쳐오셨다. 그리고 어떤 분은 식사 후 먹을 후식까지 챙겨 오셔서 평범한 일상의 저녁 식사이지만 목원들의 헌신으로 평범함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훈훈한 사랑이 흘러넘치는 잔치 분위기의 저녁식사를 함께 웃으면서 목원식구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정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상 차린 것 같다.


이런 목원들의 배려와 헌신과 사랑 덕분에 부족하지만 목장이란 이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

목원들께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고맙다.

이런 마음들이 모인 우리 죽암목장은 그래서 항상 많은 주제와 본인의 진솔한 삶을 나누면서 서로 도전받고 위로하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짐하고 되새기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목자인 나는 한주의 시작을 좋은 기운을 받아서 목장모임이 끝이 나면 한주를 시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이런 삶의 시작을 처음부터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란 생각을 가지고 부정하고 밀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아내와 그리고 아이들의 변화되는 모습들 때문에 내 속에 있는 부정과 밀어내기가 점점 내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걸 느끼고 있을 때 그제야 목장이 보이고 목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난 돌인 줄만 알고 있었던 내가 조금씩 조약돌로 다듬어 가는 것이 신기하고 그 시간을 오랫동안 인내하고 참고 기다려준 아내가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아내가 가끔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나에게 보내줄 때가 있는데 오늘 내가 느끼고 있는 마음과 감정들이 닮은꼴인 것 같다.


[목장을 향한 아내의 마음]

금요일 저녁에는 허물없이 찾아가 저녁 한 끼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목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땀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 같은 목장식구들이 있는 마은 편한 목장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슬리퍼를 끌고 찾아가도 좋을 우리 친구 같은 목장식구들과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나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목장식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성경말씀처럼 예수님 안에서 보약 같은 밥 한 끼 먹으며 천국 가는 날까지 서로 돕는 친구 같은 목장식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짧은 나그네 인생길에 주옥같은 목장이 있어 감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식구란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목장식구들이 있어 감사함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아침에 이런 마음들을 주셔서 감사하다.



@jacob_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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