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그는 아빠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빠들이 꿈꾸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사십 대 가장이다. 십 수년 동안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어느 날, 자신의 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무작정 짐을 꾸려 35일 간의 길을 떠났다. 수백 km를 울면서 걷고, 걸으며 울기를 수십 번 했을까…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굳어져서 바늘 조차도 들어가지 않던 마음에 조금씩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가족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리고 이제는 함께 걷고 싶은 마음에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뜻 따라 나서는 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어른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길을 마냥 신나게 걷는다. 외국인을 만나도 일단 부딪쳐 본다. 알베르게(albergue)에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 스타다. 내가 그랬듯이 이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나름대로 걷고 있는 녀석이 기특해 보인다.
아들과 함께 걸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함께 떠나는 길이지만 걷는 동안에는 각자가 자신만의 길(my way)을 걷는다. 보폭이 다르고, 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각자가 다르게 걷지만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다.
가족의 동의 없이는 절대 갈 수 없는 이 길을 3년 째 아들과 함께 걷고 있다. 이제는 당연한 듯 다음 코스를 함께 준비한다. 이렇게 우리는 함께 걷고 있다. 이렇게 그는 자기가 꿈꿔오던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