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밥 14회
지금 딱 이 시기가 되면 전국 여기저기 벚꽃으로 인해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모습들이 많이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긴 겨울의 시간을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보상이라 생각한다. 오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면서 긴장된 마음을 조금 차분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봄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 약속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장소 근처에 작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호수를 끼고 걷다 보면 벚꽃으로 수놓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봄과 함께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많은 주변의 생물체들로 인해 생동감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엿볼 수 있었다. 활짝 핀 노란 개나리와 세상을 수놓기 위해 땅에 떨어지는 벚꽃잎들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봄이 주는 보상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나도 그 모습을 몇 장 담고 싶어서 원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인친들과 함께 공유했다. 봄이 나에게 준 보상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낄 만큼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오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브라더 밥 11회 청년이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지난주 대예배 시간, 중등부에서 준비한 성가곡이 교회 전체에 울려 퍼질 때 우리 부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중등부에서 준비한 성가곡을 듣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는 아내는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고, 나 역시 눈은 건희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성가곡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대예배를 위해 준비한 중등부 학생들의 귀한 섬김이 감사했고, 특별히 건희가 대예배 반주자로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것이 그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우리 부부와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날이기도 했다.
건희가 중학생이 되어 중등부에 등반했을 때, 중등부에서는 신입 찬양팀을 선발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당연히 찬양율동팀에 지원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건희는 악기팀에 지원했고, 그것도 키보드에 지원했다. 우리 부부는 건희의 황당한 지원과 무모한 도전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건희에게 "네가 지금까지 피아노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단 몇 달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중등부 예배 시간에 반주를 할 수 있겠냐"며, 응원하기보다는 부모의 걱정이란 명목으로 다른 것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담당 선생님께 걱정된다며 전화해서 건희가 지원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사과하고 찬양율동으로 바꿔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건희는 본인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키보드 반주를 하고 싶다며, 지금부터 연습하면 되고 찬양팀을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다고 해서 가능하다는 말만 했다. 더 이상 싸우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손을 놓았는데, 2년이 지난 지난주 대예배에서 중등부 성가대 반주를 너무나 멋지게 완성해냈다.
중등부 신입생 중 찬양팀을 선발할 때는 건희의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이 막 시작하려는 시기였다. 건희도 몇 년 동안 치지 않은 피아노를 치는 것이 부담되는지 아내에게 얘기해서 방학 동안 피아노 교습소를 다닐 수 있도록 나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건희는 방학이면 피아노 교습소에서 배웠으며, 매일 최소한 4시간 이상씩 연습했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다른 학원을 다녀와서 최대한 저녁을 일찍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시간까지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했을 뿐인데 놀라울 정도로 피아노 실력이 늘었고, 가끔은 중등부 예배 시간에 보조 피아노 반주자로 섬길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럴 때면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기억난다. 1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을 때는 제법 피아노를 잘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주변의 선생님과 동생들에게 인정받았다. 계명을 치는 수준을 넘어서 코드를 보고 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이 향상되었다.
지금은 그 연습의 결과로 복잡하지 않은 코드의 곡은 쉽게 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저학년일 때는 찬양팀 선배들 때문에 메인으로 중등부에서 피아노를 치지 못했지만, 중등부 최고 학년이 된 지금은 찬양팀에서 본인의 자리를 잡고 중등부 학생회장을 겸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주 대예배 중등부 성가대 순서에서 그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한 실력을 단 한 점의 실수 없이 정말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건희를 알고 있는 교회의 많은 분들께서 아낌없는 위로와 사랑을 보내주셨고, 우리 부부에게도 칭찬해 주셨다. 건희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중등부 피아노 찬양팀 지원 당시 "너는 안 될 것이다, 기존에 했던 찬양팀을 해라"라고 했던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건희는 당당하게 증명해 보였다. 부모의 생각과 달리 본인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긴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이겨낸 건희가 지금은 참 커 보인다.
하지 못한다고 단정 지었던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이제는 인정한다. 건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개척하며 하나의 퍼즐을 완성했다. 그 퍼즐이 건희의 삶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무척 궁금하고, 하나를 스스로 만들었기에 다음 퍼즐은 더 쉽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하나둘씩 완성될 건희의 퍼즐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그런 건희가 내 아들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더욱 감사한 것은 그 밑바탕에 예수님의 십자가 그늘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꼭 기억하며 본인의 십자가를 책임지고 살아가는 건희가 되길 축복하고 기도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누구나 첫 느낌은 두렵고 떨린다. 오늘의 주인공인 브라더 밥 11회 청년 역시 코로나 기간 동안 학생이었지만 학생으로서의 특권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제한적인 생활을 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과 모든 상황이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청년이 다니는 학교도, 교회도 그동안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제한된 상황에서 학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니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의 밝은 성격과 적극성, 그리고 배려심 덕분에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공백기를 메워나갈 때 생기는 두려움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사라지고 난 후 얻게 되는 자신감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생긴 자신감이 지속되면 좋지만, 코로나로 인한 제한적이고 단절된 상황에서 생긴 공백기를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있는 청년이 오늘 내 앞에서 함께 맛있는 저녁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나간 2년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연애와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된 지금,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고민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주일이면 교회에서 본인이 섬길 수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섬기고 있으며, 그 열정적인 모습에 여러 부서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 가끔은 거절하지 못해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부담 없이 섬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하고 있는 봉사도 부담이 되고 결국은 본인과 교회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교회 일이라도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보였다.
부탁할 때는 받아들이는 분의 입장도 한 번쯤 생각해보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일을 하다 보면 다른 분께 부탁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 일을 잘하시는 분께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내가 그분께 부탁한 것은 한 가지지만, 여러 명이 그분께 비슷한 부탁을 할 때가 많다. 결국 잘하는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게 된다.
부탁을 받은 분들은 정작 본인의 일은 미루고 부탁받은 일을 먼저 하다 보면, 본업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생긴다. 그때가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회의감이 들 때가 많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정중한 거절은 필요하고, 부탁받은 분의 마음도 헤아려주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이 필요하다.
청년은 지난 2년 동안 아직 본인이 만들 수 있는 파이를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 충분한 시간이 있기에 본인의 파이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감사하게도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게 반죽하고 숙성시켜 어떤 방법으로 구워내야 보기에도 맛도 좋은 파이를 만들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직 상상에만 머물러 있었다. 막상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랐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서 시도하지 못했는데, 이번 만남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마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서 본인만의 파이를 만들어 갈지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었다고 했다.
앞서 얘기한 건희가 무모해 보였지만 끝까지 노력해서 본인만의 파이를 완성하여 예배에 참석하신 성도님들과 하나님께 보여드린 것처럼, 청년 또한 앞으로 남은 학교생활과 교회생활 가운데 본인만의 파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에 무한한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려 밝은 날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비가 그쳐 햇살 가득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항상 자연은 햇살 가득한 아침을 선사한다. 한 번도 본인만의 파이를 찾아보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파이를 찾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그토록 찾기 위해 갈망하던 파이를 선물처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가 오고 난 후 땅이 더 단단하게 굳듯이, 보기도 좋고 맛도 더 좋은 본인만의 파이를 위해 절대적인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본인만의 파이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 청년을 만나 청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Jacob_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