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새로운 빛을 더하는 등불

브라더 밥 10회

by J 스토브리그

한 달간의 고요했던 공백기를 뒤로하고,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멈춰있는 듯 더디게 흘렀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씨앗은 조용히 움트고 있었다.


12월은 마치 눈 덮인 산길을 오르듯 숨 가쁘게 지나갔다. 크고 작은 행사들과 유치부 활동, 그리고 만나야 할 사람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빽빽했다. 마치 정교한 시계처럼 모든 일정과 업무가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야 했지만, 결국 무리한 톱니바퀴의 회전은 멈추고 말았다. 건강이라는 경고등이 켜지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물과 함께 침대에 누워 보내야 했다. 그것은 마치 달리기 선수가 갑자기 트랙에서 멈춰 서야 하는 것처럼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걱정과 달리, 다행히도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일주일이 지나자 서서히 컨디션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천천히 걸음을 준비하는 동안, 브라더밥 사역에 대한 조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문득 깨달았다. 이는 100미터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장기 레이스이기에, 때로는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것도 필요한 지혜라는 것을. 그 깨달음은 마치 오랫동안 찾던 열쇠를 발견한 것처럼 선명했다.


몸과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고 느껴질 무렵,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브라더밥 8회 청년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초봄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따스한 정이 담긴 시원한 동태탕 한 그릇을 나누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이 만나는 경계에 서 있는 듯했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기에, 첫 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대신 포근한 편안함이 자리 잡았다. 청년의 시원시원한 이야기는 마치 동태탕의 진한 육수처럼 깊이 있는 맛을 더해갔다. 수저를 드는 속도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속도가 더 빨랐고, 식사 시간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그 순간은 마치 오랜 친구와의 재회 같은 따스함으로 가득했다. 한 달이라는 공백기가 마치 안개처럼 사라질 만큼, 동태탕의 시원한 맛과 청년의 진솔한 이야기는 서로를 어우러지게 하는 깊은 울림이 되었다.


진정한 육수를 우려내는 과정은 마치 인생과도 같다. 좋은 재료와 인내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치 초보 요리사처럼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시간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때로는 너무 이르게, 때로는 너무 늦게 건져내는 실수를 범한다. 반면 오랜 시간 주방을 지켜온 장인은 재료 하나하나의 특성을 이해하고, 최적의 시간을 알고 있어 언제나 깊이 있는 육수를 만들어낸다. 이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인내의 시간이 빚어낸 경험의 결실이다. 마치 인생에서 우리가 배우는 지혜처럼, 때로는 실패가 가장 큰 스승이 되기도 한다.


겉으로는 봄날의 햇살처럼 밝아 보이는 청년이었지만, 그 속에는 겨울의 한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타인이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느라, 본연의 빛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남의 정원에 심어진 화초처럼, 자신만의 땅을 찾지 못한 채 타인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 늘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잊은 채 살았던 시간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을지, 동태탕의 김이 피어오르듯 그의 이야기가 조용히 피어올랐다.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년의 용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박수가 울렸다. 마치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려는 그의 여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청년이 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로 지원해 준 교회 공동체의 사랑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진한 육수를 우려낼지, 그 여정이 무척 기대된다. 분명 고난과 시련이라는 바람이 불어올 테지만, 이미 겪은 시간들이 주는 지혜로 더 단단해진 그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꽃봉오리가 천천히 피어나듯, 그의 자신감과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른 새벽, 스마트폰 화면을 수놓은 메시지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잠에 취한 손이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향했고, 달콤한 꿈의 끝자락을 붙잡은 채 메시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방해받은 잠에 대한 짜증이 일었지만, 이내 그것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처럼 익숙해진 알림음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이들은 1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온 입사동기들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진한 육수를 우려내고 있는 이들이, 매년 이날이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 특별한 의식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마치 철새들이 정해진 계절에 모이듯, 우리는 이날만큼은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며 따스한 정을 나누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 모임의 풍경도 조금씩 변해갔다. 처음 24명이었던 동기들이 이제는 10명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그 인연의 끈은 더욱 단단해졌다. 비록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폭풍이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인연을 끊을 수는 없었다. 마치 오래된 나무의 뿌리처럼,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애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해가 갈수록 깊어지는 고민이 있다면,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바다로 항해를 떠나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조차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도,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건강한 긴장감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혼자만의 여정이 아닌, 가족이라는 소중한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이기에 더욱 신중해진다.


나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행복은 마치 등불과 같아서, 내가 먼저 밝게 빛나야 다른 이들도 그 빛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경험이 가르쳐준 진리다. 내가 불행이라는 그늘에 갇혀있을 때면, 가족들도 그 어둠 속에서 힘겨워했다. 하지만 내가 행복이라는 촛불을 켜기 시작하자, 그 작은 빛이 가족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 빛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배에서 항해하며 가장 큰 모험을 감행한 것은 10년 넘게 해 오던 일을 바꾼 것이다. S/W 개발자라는 익숙함이란 옷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마치 달리기에 지친 마라토너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새로운 호흡을 찾는 것처럼, 나도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달릴 힘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만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게 새로운 삶의 '땔감'을 선물했다. 매년 그 길을 걸으며, 마치 순례자들이 조개껍질을 줍듯 나는 행복이라는 보물을 하나씩 모아갔다. 그렇게 모은 행복으로 나만의 진한 육수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10년간 고여 있던 물을 과감히 비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 위해 부서장님께 용기 내어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낯선 바다에 던져진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모험이 되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18년이라는 시간이 쌓이고 난 지금, 동기들과 나누는 메시지 속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나만의 색채가 선명히 비친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더 큰 행복을 향해 항해하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 이 여정에서 브라더밥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소중한 '땔감'이 되어가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이 여정에 동참한다면, 그것은 마치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는 것처럼 아름다운 광경이 될 것이다.


이런 깨달음과 변화 속에서, 브라더밥 프로젝트는 내 삶에 새로운 빛을 더하는 등불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불빛 하나가 다른 불빛들을 이끌어내듯, 더 많은 청년들이 이 여정에 동참할 때마다 그 빛은 더욱 밝아진다. 때로는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는 시작이 되듯,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브라더 밥 이라는 새로운 여정은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서로의 삶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특별한 만남의 시간이다.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할수록, 이 여정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마치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듯, 우리의 작은 만남들이 모여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때로는 피곤에 지치고, 가끔은 고민에 멈춰 서기도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소중한 재료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이 여정에 동행해 주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전한다.


Instagram @jacob_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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