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다르지 않는 두 가지

브라 더 밥 11회

by J 스토브리그

선택장애가 있는 나는 중국집에 들어설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진다. 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짜장면의 달콤한 춘장 향과 짬뽕의 진한 해물 향이 뒤섞여 후각을 자극할 때면, 그날의 선택이 더욱 어려워진다. 춘장의 깊은 감칠맛과 면발에 스며든 달콤함이 매력적인 짜장면, 매콤한 국물과 신선한 해산물의 조화가 일품인 짬뽕. 똑같은 면발이지만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중화요리의 매력이자 나의 고민거리다.

이런 고민 많은 손님들을 위해 일부 중국집에서는 '짜짬면'이나 '쟁반짜장' 같은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어중간한 양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결국 나는 한 가지 맛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선택한다. 마치 인생의 어떤 순간들처럼, 때로는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파게티 레스토랑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고민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켜온 나만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는 집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친숙한 맛이라, 외식할 때는 언제나 크림 파스타를 선택한다. 부드러운 크림 소스는 다른 요리들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식전에 나오는 따뜻한 포카치아에 찍어 먹기에도 더없이 좋다. 살짝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파스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특별했다. 서로의 취향과 성격이 마치 짜장면과 짬뽕처럼 다르지만,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두 자매와 함께하는 '브라더 밥' 9회 모임이었다. 음식 취향이 제각각이라 메뉴 선정에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마저도 우리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준비 시간이었다. 마치 좋은 와인이 숙성되듯, 기다림은 오늘의 만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테이블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음미하며, 커피가 식어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풍미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우정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의 쌉싸름한 맛이 부드러운 깊이로 변화하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풍부해지고 성숙해져 갔다.

이러한 깊이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전 경험했던 한 부부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이 부부와는 종종 식사를 하며 겉으로는 허물없이 지내는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내가 깊은 번아웃으로 힘들어할 때, 형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랐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오지 않았다. 말로 표현하진 않았어도, 나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서운했다.

그 시기에 나는 마치 짜장면과 짬뽕처럼 선명하게 나뉜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편으로는 깊은 상처와 서운함이,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를 지켜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결국 이 복잡한 감정은 한동안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도피하게 만들었다. 마치 메뉴 선택이 어려워 식당을 피하는 것처럼,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번아웃을 이겨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갔고, 형과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그동안의 내 심정을 털어놓았다. 형의 놀란 표정과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히려 우리 관계의 전환점이 되었다. 형 역시 자신의 힘든 속내를 털어놓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돕기로 약속했다.

현재 우리의 관계는 마치 잘 조화된 짜장면과 짬뽕처럼 각자의 맛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오늘 만난 두 자매의 모습에서 이런 관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환경 속에서도, 마치 작은 어깨이지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들의 우정에서 특별한 점은 과시적이지 않은 진정성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수함이 느껴졌다. 때로는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방을 걱정하는 깊은 애정이 깔려있음을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짜장면의 달콤함과 짬뽕의 매운맛처럼 전혀 다른 성향이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우정이란 완벽한 조화나 비슷함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짜장면과 짬뽕이 각자의 특별한 맛으로 사랑받듯이, 우리도 각자의 개성을 가진 채로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우정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이 특별한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서로에게 더없이 귀중한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짜장면과 짬뽕 같은 관계 속에서 더욱 풍성한 삶의 맛을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했다.



Instagram @jacob_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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