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절 연주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호른 울림이 한여름 대낮, 높은 나무에 걸렸고,

플루트 가락이 늦여름 저녁, 낮은 풀숲에 앉았고,

바이올린 선율은 가을밤, 촉촉한 돌틈에 누웠다.


자연이 연주회 무대를 열었다.


"매애~매~~~ 애애애애애~"

"치~ 치~ 치~ 치르르르르"

"귀뚜르르 귀뚜르르르 귀뚜르르"


매미가 큰소리를 내며 호른을 잡았고,

여치가 경쾌하게 플루트를 불었고,

귀뚜라미가 잔잔하게 바이올린을 켠다.


호른 독주

호른과 플루트 협연

플루트와 바이올린 협연

바이올린 독주


"매애~매~~~ 애애애애애~"

"애~애~~", "치~ 치~ 치~"

"치~ 치~ 치~ 치르르르르", "뀌뚜르르 뀌뚜르"

"귀뚜르르 귀뚜르르르 귀뚜르르"


매미, 여치, 귀뚜라미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릴레이 연주를 한다.


제법 선선한 9월의 밤이다.

여치는 혼연을 끝내고 무대 뒤로 퇴장했고,

귀뚜라미가 어지간한 실력으로 독주 중이다.



정원 데크에 나타난 귀뚜라미


도심 외곽의 주택에 살게 되면서부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여름에 우는 매미소리는 당연히 아는 소리였고, 여치와 귀뚜라미는 소리 구분도, 정확히 언제 우는지도 몰랐는데,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미, 여치, 귀뚜라미가 릴레이로 계절을 겹치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악기 연주를 하듯이, 독주와 협연, 그리고 독주. 계절을 알리는 곤충들의 소리가 여느 악기 연주회 못지않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년의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