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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Jan 01. 2023

20대의 마지막, 10년과 7시간


2023년 새해까지 한시간.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여기저기서 터지는 불꽃 놀이를 들으며 어떻게 한해를 마무리 할지 생각했다. 


10년 하고 6시간 전, 한국에서 처음 이십 대를 맞이한 나는 유럽에서 마지막 20대를 마감하고 있다. 덕분에 나의 이십대는 7시간 늘었다. 이미 삼십 대를 맞이한 친구들이 새로운 한해의 아침을 맞이할 무렵, 나의 이십대는 막을 내린다. 


성인이 되고 십 년, 더이상 어떤 의무도 강요되지 않았던, 오롯이(대부분) 나의 선택으로 일구어냈던 십 년 동안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십 년 전에 내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할까? 나는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어, 원하던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수능을 보던 2012년에는 한참 세상이 멸망할거라는 예언이 돌았다. 어쩌면 수능 결과를 볼 새도 없이 세상이 멸망하는게 아닐까?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나는 그런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십 년이 더 지나, 우리는 삼십 대가 되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도 많이 변했다. 십 년 전에 나는 그냥 막연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다 할 희망 직업군이 없었던 나는 또렷히 그려지는 미래가 없었다. 그저 내가 살아가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벌고, 해외에 좀 나가 보고,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고.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 한권 낼 정도로는 성공했으면 좋겠다(그 때는 책을 쓰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정도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 생각은 내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잡아 내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나도 몰래 깃들어 있었다. 해외에 가보고 싶었던 나는 대학교를 자퇴하고 (정말 죽도록 고생했던) 유학길에 올랐고, 돈을 벌어야 해서 영어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 년을 살고 나니 영어가 늘어 있었고, 학교를 졸업해 학위가 생겼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했던 경험들이 쌓여 경력이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그간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냈다. 


나는 십 년 동안 몇 개의 직함을 가졌을까? 명함을 가진 건 네 번, 명함 없이 일 한건 그의 곱절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났고, 나는 오세아니아와 유럽에 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녔으며, 경력을 쌓고, 연봉을 높였다. 딱 내가 십 년 전에 원하던 만큼 살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은 참 중요하다. 정말 생각대로 되고 만다. 기어코 되고 만다. 얼마 전 출간했던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언니와 독일과 이태리를 여행하기로 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세웠던 계획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그 여행은 무산되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하지만 올해 나는 언니와 독일과 이태리를 여행했다. 순전히 우연이었다. 우연히 나는 유럽에 취업해 살고 있었고, 언니는 언제나 처럼 나를 볼 겸 유럽에 놀러왔다. 그 때 마침 회사 동료에게 '뮌헨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언니에게 독일을 가자 제안했고, 유럽중에 특히 언니가 무척 좋아하는 이태리를 두 번째 행선지로 정했던 것이다. 


마침 여행 한 달 전 책이 출간 되었고, 언니는 독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책을 처음 읽었다. 뮌헨의 호텔에서 내게 책을 주며 언니가 말했다.


"야, 우리 전에도 독일이랑 이태리가기로 했더라. 보고 소름돋았잖아."


세계 여행 계획을 세웠던 건 2020년, 벌써 2년도 전에 이야기하고 좌절되어 잊고 있던 이야기. 아무도 염두해 두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때 생각했던 대로 독일과 이태리를 여행했다. 

시기도 상황도 모두 바뀌었지만 여행을 떠나는 우리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생각하면 그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어느 순간 그 생각대로 되고 마는 것. 참 신기한 일이다. 


얼마 전 집에 돌아와 쇼츠를 넘기다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쇼츠가 있었다. 강연 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빈 종이를 꺼내서 12개월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열 개 적어라. 그 중에 나를 가장 성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것에 동그라미를 쳐라. 그걸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무언가를 해라. 그러면 여러분은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이루어져 있는 것. 내가 살면서 깨달았던 것과 딱 맞아 떨어졌다.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한 해를, 처음 맞이하는 삼십 대를 나는 어떻게 살 것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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