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마를 쓰다듬다가 이마 왼쪽에 가느다란 실핏줄이 튀어나온 것을 알았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화장을 하려고 거울을 보다가 나는 내 이마 왼쪽에 불거져 나온 실핏줄을 발견한다. 그래 내 이마에도 이게 있었지. 스킨을 바를 때마다 거슬리던 것. 그게 아버지와 같은 자리에 있는 흔적이라니. 발가락 대신 우리는 실핏줄이 닮아 있었다.
그동안 나는 아버지와 닮은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에 대해 투덜거리곤 했다. 가령, 넒은 이마, 길다란 코, 얇은 입술, 예민한 기질, 삶에 대한 비관. 아버지는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할까. 왜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부족하고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현실을 낭비할까. 이제 조금은 이루어 놓은 것들에 만족하며 남은 삶을 소소하게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때로는 그런 생각들을 입 밖에 낸 적도 있었다. 늘상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거름망도 없이 뱉어대는 딸내미의 핀잔에 아버지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냥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삶의 태도가 나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 있음을 알고 있었고, 유전과도 같은 대물림에 신물이 나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차 안에서 지구가 멸망하기를 기도했다. 삶의 희망이 고갈된 상태의 삶은 더이상 유지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을 거두기까지는 자신이 없으니 타의에 의해 삶이 마감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지나는 트럭이 내 왼켠을 들이받든, 내 차체가 뒤집어지든 상관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아버지의 삶이 꺼져가는 걸 보면서, 나는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모든 것들이 너무나 아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 역시 가진 것보다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종종거리며 지내왔음을 확연히 느낀다. 아버지는 자신과 가장 닮은 자식에게 가장 비슷한 것들을 남겨주면서 한편으론 그렇게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시는 걸까. 지금 온몸으로 그런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