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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r 31. 2024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회귀

친구는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 누운 아버지가 기저귀를 하고 있다며 혀를 차며 말했다. 친구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살아 생전 사이가 좋지 않던 그들 부녀는 부친의 타계 이후에도 여전히 소원했다. 친구는 아버지의 죽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자신을 씁쓸해 했다.


어느 사이 우리 아버지도 기저귀를 차게 되었다. 1인 보호자만이 허용되던 아산병원에서는 내가 직접 기저귀를 갈아드려야 했다. 물론 대소변을 뒤처리하는 일도 함께. 그동안 집에서 엄마와 오빠가 하던 일이었다. 너가 할 수 있겠냐. 오빠는 걱정하듯 말했고, 나는 닥치면 하는 거지 뭐 했다. 그래 닥치면 뭔들 못할까. 생전 처음 기저귀라는 걸 갈아채우면서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기저귀에 묻어나는 오물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앙상해진 아버지의 볼기짝. 아버지의 몸을 모로 세우고 기저귀를 교체하는 동안 너무나 가벼워진 아버지의 체중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병원에서 다시 식사를 하는 동안 아버지는 처음엔 직접 젓가락질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떠먹여 드려야 했다. 죽 반그릇, 세 숟가락, 한 숟가락...


기저귀를 갈아주고, 죽을 떠먹이고, 끊임없이 뒤척이는 손을 잡아 진정시켜야 했다. 보호용 장갑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아버지의 눈은 손장갑을 낀 갓난아기 같았다. 내가 아기 때 아버지가 나에게 해 주던 것을 나는 고스란히 갚고 있는 셈이다. 나도 어렸을 때 이유식을 떠먹여 주면 저렇게 입을 앙다물고 버티곤 했을까.


이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변도 못하고, 뒤척이지도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는 상태에 이르니 바로 엊그제의 뒤척이던 아버지가 그리워질 지경이다. 기적이란 나에게까지 오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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