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병자 성사를 예약했다. 그런데 오늘밤 아버지의 혈압이 너무 낮다. 간호사는 오늘밤 어찌될지 모르겠다 넌지시 말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랜 시간 냉담했던 탓에 부탁할 신부님도 없다. 아빠, 내일 아침까지는 버텨야 해요. 6개월, 두 달을 기원하던 나의 바람이 너무 소박해졌다. 하룻밤이라니.
아버지의 불규칙한 호흡소리와 헐떡임에 가슴 졸이는 나에게 간호사는 이건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그 호흡소리를 함께 들어주라고 한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다운 조언이지만 죽음에 익숙지 않은 나에게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말이다.
아버지의 눈꺼풀을 수시로 올려보지만 그의 동공은 미동도 없다. 아버지는 어디쯤 떠나고 있을까.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손을 부여잡고 이마를 쓰다듬고 있는데 아버지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나때문에 아버지는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가지 마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