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Apr 13. 2024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10시. 아버지의 혈압은 50.

위험할 수도 있으니 혹시 호흡 소리가 이상하면 부르세요. 간호사가 말했다.

산소포화도는 98.

아버지의 호흡은 전날부터 힘겹게 느껴졌다. 몰아쉬는 숨처럼 복부에서부터 힘겹게 힘겹게 호흡을 이어갔다. 호흡소리도 거칠었다.


1시. 혈압 100. 내일 병자성사까지는 괜찮겠네요. 이제 좀 주무세요. 간호사의 말이 든든한 보증서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내 소파에 누웠다. 아버지의 숨소리에 매일밤 잠을 쉽게 들지 못했는데... 너무 쉽게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왜 그렇게 푹 잠을 자버렸을까. 바보같이.


새벽 5시30분. 간호사와 여사님들이 아버지의 상태를 체크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혈압이 다시 50으로 떨어졌어요. 가족들에게 연락하셔야 될 것 같아요.


아까도 50이었다가 이내 오르지 않았던가. 간호사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발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와 오빠가 오는 동안 나는 아버지의 하얗게 질린 발과 퉁퉁 부은 손을 미친듯이 주물렀다. 차갑게 식은 발.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두드리고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아버지를 계속 불러댔다. 6시 30분. 엄마와 오빠가 도착했다. 우리는 아버지의 몰아쉬는 숨소리에 매달렸다.


아버지의 복부에 가까스로 닿았던 공기는 차츰 가슴으로, 쇄골로, 목구멍으로 짧게 이어졌다. 숨죽여 아버지를 바라보는데 아버지가 어느 순간 숨을 멈추었다. 너무나 고요히. 이게 죽음이란 걸까. 아주 조용히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 곁에서 생명을 멈추었다.


6시53분. 의사가 사망 시각을 선언했다. 그래도 가족들이 임종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간호사의 그 다음 말이 잊히질 않는다. 아버지가 밤새 기다리셨네. 딸내미 잘 자라고. 나는 울음이 터졌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4시간 반 동안 나는 외롭게 꺼져가는 아버지의 숨소리도 듣지도 못한 채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4시간반을 그대로 날려버렸던 것이다. 어리석게도.

작가의 이전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