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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Nov 10.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25)

나 좀 와서 도와줄래?

나 좀 와서 도와줄래?                                                  

축구 지도자라는 꿈을 위해 만화처럼 사는 형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꿈을 좇아 독일에서 유학 중이고 현지 클럽팀의 코치로 일하면서 차근차근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존경 하며, 좋아하는 학교 선배입니다. 휴학을 한 후 의욕적으로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형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나 좀 도와줄래? 나 지금 부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사정이 생겨서 3개월만 와서 애들 좀 봐주면 안 될까? 형은 조심스럽게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로 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래 직업으로 축구 지도자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휴학까지 한 마당에 비록 하고 싶던 일이었지만 공부가 먼저라는 판단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지도자를 해도 영어공부를 해서 더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참 좁은 것이 지도자 자격증 연수를 같이 들었던 형님이 그 학교 감독님과 지인이라 학교 선배, 형님, 감독님 세 명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학교 선배 형이 공부와 병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주겠다는 말에 넘어가서 결국 3개월 동안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반 영어회화 학원에 가고 오후와 저녁 훈련을 진행하면 되었는데 일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그때 느꼈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를 할 때는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을 했었는데 일과 병행하려니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일을 하니 무엇인가 유의미한다는 것을 하고 있다는 마음에 나태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축구부를 지도해본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는 있었지만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던 휴학의 목적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2011년 하반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2012년 제 삶에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면 지도자 경험보다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입니다. 제 선택에 후회나 미련을 크게 갖는 편은 아니었는데 2011년 하반기 '영어회화 공부'에 매진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도 후회가 되는 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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