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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Nov 18. 2020

스무 살에 실패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28)

선수 출신이라고?

(운동부라는 이름의...)’     

섬이 있었다. 바다도, 강도, 모래도

오가는 길 막지 않던 그곳에 섬이 있었다.


섬에 있었다. 세상과 학교에 속한 듯 

속하지 않은 섬에 있었다.     


좋아하던 축구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나는 섬에 있어야 했을까.


섬을 오가던 엄마의 차 안에서 몰래 먹던 피자가 생각난다.

기름때 묻은 옷 입은 채 저 건너에서 섬 안에 나를 보던 아빠도 생각난다.     


섬에서 나왔다. 어른이 되었을 때

섬에서 자랐던 어릴 적 내가 지금의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     


섬이 나를 만들었다. 제한과 합리화의

수단이었던 그 섬이 지금의 나를 꾸며준다.


어른이 된 나는 섬 밖에서 섬 안의

아이들을 바라본다.     


섬 안에 어른들이 있다. 아직도 그곳에 섬이 있다.


선수 출신이라고?                                                  

위의 창작시에서 운동부 생활을 ‘섬’에 비유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생활을 하고 회사원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살게 되자 ‘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축구선수를 했던 과거가 저를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영화 주인공 같다.’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대기업 집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삶의 여정과 비교해보면 선수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들에게는 대단해 보였나 봅니다.     


  주변에서 좋은 평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조직생활을 했기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눈치’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6시에 시작하는 회사 조기축구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갔습니다. 보통 금요일에는 회식을 했으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동에 나가서 열심히 뛰고, 이런저런 일들을 도맡아 했습니다. 이제 막 입사한 친구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공도 잘 차서 운동하는 즐거움을 더해주었으니 이런 모습들이 선배들이 보기에 얼마나 예뻤을까요.


  비록 업무와 매일 같이 이어지는 회식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는 엄청났으나 주변의 좋은 평가와 격려 속에서 3년 6개월 동안 비교적 즐겁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이었기에 누릴 수 있는 높은 연봉과 복지는 직장생활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만족이었습니다. 


  평범함 삶의 방향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어렵게, 어렵게 남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되어 안도하며 스스로 대견해하며 위안을 얻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가끔씩 '내가 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삶에 대한 질문들이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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