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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Feb 12. 2022

노래로 시를 짓는 사람

나는 한동안 시가 없어도 될 것 같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나는 주로 시를 읽거나 브런치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어폰을 끼고(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어색한) 무엇인가 보고 듣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바로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맞닥뜨린 어떤 가수의 노래들이다.


 우연히 티브이를 보다가 노래를 듣게 된 순간이었다. 짧은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노래는 끝이 났고 감탄과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굵고 거친 목소리였지만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마음이 요동을 쳤다. 한동안 요동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이것이 노래가 주는 이상한 힘이라 생각했다. 그 후 인터넷에 동영상들이 올라왔고 오랫동안 치워져 있던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 일이 잦아졌다. 동영상을 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댓글들에 눈이 갔다. 한결같이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는 댓글들이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지다가도 그러한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현실에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이쯤에서 문학과는 거리가 먼 내가 시를 쓰게 된 연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행을 취소한 20년도에 브런치 공모전 중의 하나인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내가 시에 도전하게 된 시작)에 썼던  내용 일부를 각색해보면...


  올해 22살이 된 내 둘째 아이는 지적장애이다.  오래전 내 아이는 엄마를 엄마라 부르기 힘겨운 아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마음속에 가두어버린  아이였다. 겨울 속에 갇힌 듯 바람을 가로막는 바람벽 안에서 불러도 대답 없이 세상을 지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나의 눈물도 얼어버렸다.  6살에 장애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고 그런 현실이 다 내 탓인 것처럼 나의 마음도 닫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복지관을 오가던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시 한두 편이 낭독되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시와 나의 머리와 심장만이 뛰고 있었다. 그렇게 시가 내게로 왔다. 그날 이후 여러 권의 시집들을 구해서 무작정 읽었다. 가슴속에 꽉 찼던 먹구름들이 걷히고 아이와 주변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해갔다. 시들은 나를 겨울에서 봄으로 데리고 나왔다. 오랜 겨울의 터널에서 나와 마주친 햇살은 너무도 눈이 부셨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시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후 연년생 동생의 장애로 마음에 상처가 있던 큰 아이도 보듬어 줄 수 있게 되었고, 남편과의 오랜 고민 끝에 셋째 아이를 낳았다. 둘째 아이는 귀여운 여동생과 더불어 아무 탈 없이 자랐고 특수반이 있는 통합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그 와중에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시는 시부모님 덕분으로 다시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속에 혼자만의 소망이 생겼다. 추운 겨울의 터널에서 헤매던 나의 손을 잡고 환한 봄으로 이끌어주었던 시들이 세상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소망, 더 나아가 그런 시들을 나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이다.
 문학과 거리가 멀었던 내가 시를 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를 쓰다 보면 과거와 현재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과 위안을 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시를 읽고 어설프게 흉내 내어 시를 쓰고 있지만 그럴수록 시는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요즘 즐겨 듣는 노래들의 주인공인 그 가수는 오랜 기간 무명가수로 지낸 힘겨움을 노래로서 위로받았고 자신이 노래들을 부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다고 하였다. 최근 그의 화제성으로 보아 그 소망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의 파도를 타게 된다. 그는 노래로 시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이 노래라는 시를 통해 감동을 받고 위로를 받고 있다.

 나처럼 감동과 위로를 받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동시에 스스로 위안을 받을 그 가수를 생각해본다.

 마음에 따사로운 햇빛이 선순환을 하며 스며든다.

 

 나는 한동안 시가 없어도 될 것 같다.





https://youtu.be/iK5i-gRBB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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