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지 결혼식 참석기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해보고 싶었다. 현지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거나, 현지 사람들의 집에 놀러가는 것과 같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마침 아는 지인이 현지 결혼식에 초대되었다고 같이 가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을 해달라고 했다. 당연히 내 대답은 가고 싶다였다! 미리 말을 해두고 내 이름 앞으로 된 청첩장도 받아놓고 축의금도 준비해놓은 뒤, 결혼식 날만을 기다렸다.
여기에서는 결혼식을 두 번, 많게는 세 번씩 진행한다. 첫 번째는 종교적인 결혼식이라고 해서 성당이나 교회에서 가족끼리 모여서 작게 결혼식을 올린다. 두 번째는 현대식 결혼식인데 한국에서 하는 예식장 결혼식과 같은 개념이다. 한국에서의 피로연처럼 현대식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손님들이 밥을 먹는 동안 신랑과 신부가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러 다닌다. 마지막 결혼식은 전통 결혼식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폐백같은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아프리카 결혼식이라고 했을 때 가장 가고 싶었고, 내 머리 속에도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전통 결혼식이었다.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다같이 부족 전통 옷을 입고, 막대기를 든 마을의 이장인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주례를 보는 장면. 야외에서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서 춤을 추는 정말 자유로움을 형상화한, 자연 그 자체인 결혼식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초대받은 결혼식은 현대식 결혼식이었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대부분 현대 결혼식에 초대를 받는 것 같았다.
웃긴게도 결혼식에서까지 아프리카 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시작 시간보다 2-3시간 늦게 오라는 말을 듣고 느즈막하게 도착했는 데도 좌석이 텅텅 비어있었다. 신랑과 신부가 도착도 하지 않았고 기다리라는 말만 듣다가 지친 나머지, 시작도 전에 떠난 손님도 있었다. 원래 시작한다고 알려줬던 시간보다 4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람들이 어느 정도 찼다. 사람들이 많이 차고 나자 신랑과 신부가 곧 나올 것이라고 사회자가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30분정도 퀴즈를 맞추고, 사회자의 농담을 듣다가 밤 9시 즈음이 되자 신랑과 신부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분명히 낮 4시가 시작 시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9시 시작이라니. 역시 아프리카 타임은 명불허전이다.
입장 순서는 한국 결혼식과 똑같았다. 신랑이 입장하고 신부가 입장하는 데, 신랑의 입장 전에 신랑의 친구들이 다같이 옷을 맞춰입고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신나는 음악과 환호에 맞춰서 춤을 추는 데 내가 다 벅차올랐다. 신랑이 입장하고 나서 신부도 입장하는 데 신부의 친구들도 다같이 드레스를 맞춰입고 춤을 추면서 들어왔다. 맨 뒤에서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데 같이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하면서 입장하는데 정말 행복해보였다. 신랑과 신부 모두 격하게 춤을 춘 것이 아니었는데도 힙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의 축의금 개념이 여기에도 있다. 여기서는 결혼식 순서에 선물이나 현금을 주는 것이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선물을 줄 때, 춤은 기본이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멀리서부터 스텝을 밟으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물은 대부분 선풍기나 그릇과 같이 실용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밌는 점은 선풍기를 선물하는 사람이 최소 다섯 명은 되어보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까? 아니면 한 두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팔아서 생활자금으로 사용할까? 선물을 주는 걸 지켜보면서 저렇게 많은 선풍기를 어떻게 할 지 궁금했다.
어떤 하객 중에는 신랑과 신부에게 돈 다발을 들고 가서 선물을 증정한 뒤에, 지폐를 한 장씩 뿌려주기도 했다. 돈 다발을 맞으면서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앞으로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사실 상상 속에서나 해 볼 법한 일이라서 너무 재밌고 나도 돈을 준비해서 뿌려볼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례와 춤, 축의금 및 선물 증정식을 한 뒤에 테이블 별로 음식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결혼식에 가기 전에 음식으로 에벌레가 나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구운 치킨, 야채, 과일 등 익숙한 음식들이 많이 나왔다. 뷔페 형식으로 음식이 제공되고 먹고 싶은만큼 조금씩 골라 담을 수 있었다. 감자 튀김이나 바나나 튀김처럼 익숙한 음식들도 많았고 생선과 닭고기가 메인 음식이었다. 사진에 있는 음식 중 왼쪽 위의 튀김은 사모사라는 인도 음식이다. 안에 고기를 넣고 튀긴 만두같은 음식인데 조금 퍽퍽하지만 마요네즈나 케찹을 찍어먹으면 맛있다. 오른 쪽에 하얀 음식은 카사바를 연잎같은 잎에 넣고 쪄서 만든 전통 음식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선을 정말 많이 먹고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비싸서 못 먹는 것도 있겠지만.
아프리카 결혼식이라고 해서 한국 결혼식하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조금 더 신나고 시끄럽고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한국 예식장에서 하는 결혼식과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한국의 결혼식이 조금 엄숙한 분위기인 것과 달리 사람들이 자유로워 보여서 좋았다. 눈치보지 않고 다같이 환호하는 것도 좋았고 춤을 추면서 축하를 표현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옆 사람과의 대화에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도 했지만 그 순간이 가지는 시끄러운 매력도 있었다.
내가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현지인들의 행사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좋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감정 표현에 솔직해서였다. 축하해줘야할 일이 있을 때는 화끈하게 축하해주고 참석한 모두가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 마음 속 깊은 곳부터 따뜻함이 가득 차오른다. 다녀오고 나서 귀가 조금 멍하긴 했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얻고 왔다.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안드레아와 에이바가 앞으로도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