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올라 Mar 20. 2022

아프리카 현지인의 집에 놀러 가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삶 들여다보기


친구 집 앞 마당에서 말려지던 빨래

 


 아프리카에 오고 나서 가장 해보고 싶었지만, 가장 경험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는 현지인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각자 사는 집의 규모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엄청 돈이 많아서 잘 사는 현지 사람의 집에도 가보고 싶었고, 그냥 평범하게 사는 현지인의 집에도 가보고 싶었다. 사실 더 가보고 싶은 집은 부자인 사람의 집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집이었다. 이 나라는 외국 언론이나 매체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 외국인에 대해 엄청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쉽게 집에 초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두 유형의 집 모두 방문해보았다. 먼저 방문했던 곳은 드라마에 나올법한 전형적이ㄷ 부자 외국인의 집 같았다. 방은 3개가 있고, 각 방마다 에어컨이 있으며 부엌도 넓고 큰 화장실도 두 개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이 살고 있는 평범한 아파트보다 훨씬 넓고 비싼 집이었다. 집 앞에 발코니도 있고 작은 정원도 있었다. 타운처럼 형성되어있는 곳이었는데 들어가기 전에 경비부터 삼엄했다. 돈 많은 사람들만 감당할 수 있는 월세에, 건물들 사이에 식당과 산책로가 형성되어있었다. 집집마다 청소부나 가정부가 따로 있었고 타운 안에는 아예 경찰이나 경비병들이 밤새도록 순찰을 돌고 있었다.



타운 하우스 강가에서 보이는 밤 풍경

 아프리카라기보다는 미국에서 봤던 타운 하우스 같았다. 여기에서 지내면 정말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타운 하우스에서 조금만 가면 빈민가가 있는데 그 짧은 거리 사이가 심리적으로는 끝과 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정말 쾌적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맥주를 홀짝이며 밤을 보냈다. 정원에서 다 같이 밥도 먹고 바비큐를 해 먹기도 했다. 여행을 온 것 같았고 별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다.



산에 있어서 경치가 아름다웠다

 평범한 현지 친구의 집도 여러  초대를 받았었다.  친구는 정말 멀리 살아서 차를 타고  시간을 가서 친구의 가족도 만나고, 동네 사람들도 모두 만났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손님이 왔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기뻐했다. 특히 동네 아이들이 숨어있다가 다가와서 영어로 '헬로' 외치고 도망가는  너무 귀여웠다. 집이 위치한 곳은 경사가 매우 가파랐는데  경사를 따라 집들이 모여서 마을이 만들어진  같았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로만 지내는 작은   칸이 전부인 집이었다. 가끔은 전기도 끊겨서 어두워져서 마당에서 친구네 가족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었다. 화장실은 당연히 외부에 위치해있었고 물도  나오지 않아 미리 퍼놓은 물을 조금씩 사용해야 했다.



산 경사를 따라 지어진 아프리카의 집들
지붕은 대부분 슬레이트로 만들어져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줬는데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모두 환대해줬다. 외국인이 마을에 오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서로 이름도 모르는데 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골 마을이라서 마당에서 닭도 키우고 가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위험하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마당을 다섯 집이 공유하는 곳에 살기도 했다. 아주  집을 다섯 가족이 나눠서 사용하는데 가족마다 아주 작은 거실과 아주 작은 ,  칸씩 집을 사용한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사실은  집이겠지만) 아이들과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나를 구경하고 갔다. 가족들의 사진과 결혼식  찍은 사진들로 작은 거실의 벽면이 가득  있었다. 다섯  정도만 들어가 있었도 집이  차고 더웠다. 선풍기도 없어서 땀이 줄줄 흘렀었다. 화장실을 다섯 가족이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어려워서 손도  씻고 나오고, 가족들이나 이웃들은 영어를 못해서 말도  통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했었다. 다들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환영해주는  느껴져서 그랬나 보다.


 각자가 지내고 생활하는 집을 방문했던 것만큼 아프리카의 빈부격차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건 없었다. 한 가족들은 4명이서 한국 아파트의 안방보다 작은 공간 한 칸에서 지내는데, 반대로 한 명이 50평은 될 법한 곳에서 지내는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참 묘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빈부격차가 크게 나게 된 걸까? 이곳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노력해도 정해진 선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이 부자인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어버리는 것이 참 슬펐다. 현지인 친구 중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가족들을 도와줘야 해서, 아이가 아파서,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나도 참 슬펐다. 내가 아주 부자였다면 빚도 다 갚아주고 집도 사주고 친구의 가족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을까? 내가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준다고 해도 자칫 동정으로 비칠까 걱정이 되고, 나도 아주 부자는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답답하면서도 늘 미안했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닌데 초대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고마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군데   시원하고 몸이 편했던 곳은  많은 현지인의 집이었지만, 아프리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현실적이었던 곳은 평범한 사람들의 집이었다. 직접 손으로 꾸민 벽에 걸린 인형들과 책장, 아시아인을 신기해하며 다가오던  집의 아이들도 좋았다. 말은   통했지만 눈빛을 보면 서로의 진심은 통하는  느낀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초대해준 사람들 모두  방문은 아주  의미이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해줘서 내가  고마웠다.  나라를 떠나고 나서도  따뜻했던 기억들이  마음 속에 오래동안 남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 결혼식에 초대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